김여사 경호원들, "블랙리스트 앞잡이" 항의 예술인들 무력 제지
김여사 경호원들, "블랙리스트 앞잡이" 항의 예술인들 무력 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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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항의예술행동, 14일 오정희 소설가 국제도서전 홍보대사 위촉에 항의
김건희 여사, 도서전 개막식 참가···경호원들 무력 제지 과정서 일부 중경상
14일 서울국제도서전 전시 현장에서 대통령 경호실과 문화예술 단체 관계자들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문화연대)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경호원들이 과거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앞장서 실행에 옮긴 소설가가 도서전시회 홍보대사로 선정된 것을 항의하는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을 무력 제지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지목된 오정희 소설가가 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과 관련해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화예술단체들이 피켓시위 등 주최측에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 회원들이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로부터 무력 제지를 당하면서 일부는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긴급항의예술행동은 14일 오전 10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코엑스 전시장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된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최대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으면서,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은밀한 방식으로 위법하게 실행하는 데 앞장 선 혐의를 가지고 있다"며 "사건의 핵심 실행자 중의 한 사람이 국가를 대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나서 알려진다는 것은 한국사회 문화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며 치욕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긴급항의예술행동은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영화계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 등 문화예술단체로 구성됐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정희 작가는 지난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등에서 사회참여적 예술인으로 지목된 블랙리스트들을 사찰, 검열, 배제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회견 종료 후 오전 10시 40분 이들 단체 관계자들은 '부패한 문학권력 앞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국제도서전 개막식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키로 하면서 배치된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이 이들을 무력을 사용해 제지, 해산하려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송경동 시인이 14일 서울 국제도서전 개막 현장에서 대통령 경호원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문화연대) 

현장에 있던 송경동 시인은 "코엑스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 후 도서전 참여를 위해 개막식장 앞으로 가는 도중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가로막은 후 무력으로 진압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경호원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까지 김건희 여사가 개막식에 참가한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경호원들이 팔목을 비틀어 멍이 들었다"며 "공권력이라고 해도 최소한 미란다 원칙 고지라도 해야하는데, 신분도 밝히지 않고 행사에 참여하러 온 문화예술인들을 폭력으로 연행해 끌어낸 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여단체인 문화연대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실의 무력 진압으로 참여한 예술인 한 명이 쓰러져 허리를 쓰지 못할 정도로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며 "송경동 시인 등 현장에 있던 다른 관계자들도 팔에 멍이 드는 등 무력 진압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날 김 여사는 별 다른 문제 없이 개막식에 참여해 책 모형의 LED 조명을 점등하는 세레머니를 진행하고, 전시장에서 출판사 '꾸미'의 도서 '따스한 온기'를 비롯한 책 6권과 상품을 구매했다.

대통령 경호실의 무력 진압으로 송경동 시인의 팔목이 부어오른 모습. (사진=송경동 시인)
대통령 경호실의 무력 진압으로 송경동 시인의 팔목이 부어오른 모습. (사진=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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