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안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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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심이 기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슬로건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 책임을 맡은 기관이 내건 구호로 제격이라 여겨진다.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위험이나 사고 염려 없이(안전) 우리가 걱정을 떨쳐 버리고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는(안심) 기준을 만들어 지키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민 안심이 기준이란 구호를 앞세워 노력한 덕분인지 식약처가 관리하는 대한민국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의약외품의 안전은 세계적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산'(K)임을 내세운 K-푸드나 K-뷰티란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가 됐다. 우리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과 의료기기도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안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식품·의약품은 '안심'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식약처 노력에도 우리사회가 안전한가를 다시 일깨우게 한 최근 사건이 있다.

지난달 31일 이른 아침 일어나 아내와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방 안에서 자던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소리쳤다. "아버지, 빨리 와봐요. 큰일 난 거 같아요. 어떡해요." 그날 오전 6시41분 서울시에서 보낸 '위급재난문자'를 보고 당황한 딸이 아버지를 부른 거였다. 

휴대전화에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이렇게 쓰여있었다.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뒤 무슨 일인가 궁금해 네이버에서 찾아보려고 접속하니 먹통이었다. 

딸은 네이버에 접속이 안 된다고 툴툴대면서 지진이나 전쟁 일어난 거 아니냐며 불안에 떨었다. 다시 네이버에서 찾아봤다. 몇몇 언론에서 북한이 남쪽으로 우주 발사체를 쐈다는 속보를 띄웠다. 딸한테 북한이 남쪽으로 뭘 쏜 거 같다며 별일 아니라고 달랬지만 통하지 않았다. 딸은 미사일 떨어지면 죽는 거 아니냐면서 가방을 찾더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버지, 손전등 찾아 줘요. 대피할 데도 알아보고요. 빨리요. 늦으면 큰일 날 수 있어요." 

오전 7시3분 행정안전부에서도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용은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었다. 딸한테 알려주고 대피용 가방을 확인했다. 손전등, 500㎖ 생수 두 병, 과자 두 개, 인형 두 개 등이 들어있었다. 

그날 일어난 위급재난문자 발송 사건은 서울시민뿐 아니라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내게도 대한민국이 '안심 사회'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였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딸한테 대한민국은 '전쟁 공포에 떨 만큼 불안한 나라'임을 알게 됐다. 

그동안 국민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국민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다. 안심하라고 말만 해선 안 된다. 실제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비롯한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가짜뉴스 탓만 하지 말고 국민안전과 관련한 오보 날리는 가짜정부 되지 말아야한다. 다시 재난경보체계를 점검하고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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