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 게걸음 행보
'금융빅뱅' 게걸음 행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인호 기자 © 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골드만삭스, 실버만삭스, 글로벌플레이어, 메가뱅크, 챔피온뱅크...
얼마 전까지 금융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표적인 이슈들이다. 
실제 새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전환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과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는 금융산업 구도개편의 단초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수십, 수백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금융산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의 분위기는 올 초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급격히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국내 경기도 요인이지만, 금융정책을 이끌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증권업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증권업계에 가장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회를 백분 활용하기 위해선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며, 금융위는 증권업 진출에 대한 장벽을 대폭 낮추며 이에 화답(?)했다.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향후 살아남은 증권사 위주로 증권업 재편을 이루겠다는 게 금융위의 복안이다. 그러나 자통법 시행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을 '폭풍전야'라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금융위가 증권업 신규진출을 허가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 이후 증권사간 M&A는 단 한건도 없었다. 오히려 8개의 증권사가 새로 생겨 국내 활동하는 증권사가 60개사를 넘어섰다.
일부에선 산업은행 매각 과정에서의 대우증권과 일부 대형증권사간 M&A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은행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은행의 매각과정에서 400~500조원대 메가뱅크 출현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금융위의 '시장주도 대형화'라는 시장친화적(?) 주장에 밀려 무산됐다.
지난해부터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산업,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외환은행, 경남·광주은행 등 어느 한 곳도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각을 앞둔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금융권 '실세'가 앉으면서 모양새가 묘하게 됐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아태지역 은행간 M&A 규모는 353억달러에 이른다. 2006년 150억달러, 2007년 190억달러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우리와 경쟁상대인 중국과 인도, 일본 금융회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금융회사와 맞먹는 수준의 글로벌플레이어는 포기(?)하더라도 아시아시장을 대표하는 금융사 출범도 갈수록 묘연해지고 있는 셈이다.
'시장주도'의 금융산업 재편이라는 금융위의 정책적 방향이 논란이 될 순 없다.
다만 절차에 집착한 나머지 자칫 실기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지울 수 없다.
 
<저작권자 ⓒ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서울파이낸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