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결정, 물가·금융안정 최우선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박기영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관련해 교과서적 원칙들을 놓친 의아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16일 박기영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SVB 사태에 대해 "은행은 기본적으로 단기자금을 장기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자율에 대한 헷징(리스크회피)을 안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박 위원은 최근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서 SVB 사태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통화정책 결정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의 때마다 고차방정식을 푸는 기분"이라며 "통화정책 결정을 위해 우리나라 물가 상황,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결정, 중국 상황 등을 종합해야 하는데, 최근 일주일 간 5차 방정식에서 7·8차 방정식으로 늘어난 느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박 위원은 "SVB 사태 상황만 봐도 이 정도면 컨트롤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시 크레디트 스위스(CS) 문제가 터졌다"며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물가와 금융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못박았다. 박 위원은 "이번 사안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의 책무인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하에서만 주요 변수를 고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완화적 기조와 한은 긴축적 기조가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금통위는 2021년 8월부터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다. 부동산 완화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한은 금리인상을 상호 보완한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는 성장동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