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美 긴축 불안감 vs 당국 경계심···1300원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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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고용 호조에 물가 확대···연준 긴축 경계감 자극
당국 경계감 등은 하단 지지···이번주 1270~1330원 전망
이번주 FOMC 의사록, PCE, 금통위 등 주요 이벤트 변수
미국 달러화. (사진= 픽사베이)
미국 달러화. (사진= 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두달 만에 1300원을 돌파하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고용·소매판매 호조에 이어 소비자물가의 반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번주 금통위 역시 금리 동결이 유력시되며, 한·미금리차 리스크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외환당국의 경계심 등에 환율 상승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20~24일)은 1300원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 등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5원 내린 달러당 1298.0원에 개장했다. 직후 1299.3원까지 상승하나, 10시 기준 1300원대 진입에는 실패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3일 1267.9원에 개장해, 17일 1299.5원으로 한주간 30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17일 장중 1303.8원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2월 이후 약 두달 만에 1300원을 돌파한다.

이 같은 상승세의 주재료는 재점화된 인플레이션 공포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근원 PPI가 전월 대비 각각 0.7%, 0.3%씩 상승하며, 시장전망치를 상회했다. 또한 한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수도 19만4000명으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둔화됐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살아나자 달러는 다시 강세를 보였고,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외환당국의 경계감이 이를 방어했다. 17일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돌파하자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 쏠림이 있는 것 같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여기에 1300원을 고점으로 인식한 수출업체의 매도가 이어지며, 1300원 안착에 실패했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주재료 역시 물가상승 압력의 확대, 이로 인한 위험선호심리의 후퇴로 요약된다. 긴축 장기화 우려가 대표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시장참여자의 54.2%가 연준 최종금리 수준을 6월 기준 5.25~.5.5%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 대비 15.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해당 시나리오대로면 연준은 오는 3·5·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게 된다. 금리를 인하하는 '피벗(정책선회)' 타이밍도 12월로 미뤄졌다. 또한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3월 0.5%포인트 금리인상 시사 등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들 역시 긴축 우려를 고조시켰다.

긴축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자, 위험선호 심리도 후퇴했다.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079.09로 전장 대비 0.28% 내렸으며,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만1787.27로 0.52% 하락 마감했다.

주목할 점은 달러 가치다. 역외시장에서 달러인덱스는 지난 14일 102.85선까지 하락했으나, PPI 등 물가 지표 발표 이후 17일 104.5선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주말 사이 103.79선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의 원인은 다소 복합적이다. 먼저 연준 비둘기파들의 반박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선호한다. 연준이 경제 지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주기 때문"이라며 긴축전망의 수위를 낮췄다.

유로화의 반등도 영향을 미쳤다. 17일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ECB는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다음달 0.5%포인트 금리인상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 ECB 긴축이 연준보다 높은 수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자, 유로당 1.061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로·달러 환율은 1.068선을 회복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미 연준의 긴축 불안감은 여전히 달러 가치를 지지한다. 특히 이번주 22일 발표를 앞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인플레이션 경계감을 자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24일 발표 예정인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종합하면 고용, 소매판매, 소비자물가 등 세차례에 걸쳐 촉발된 긴축 경계감은 여전히 강달러를 지지, 원화가치를 끌어내릴 전망이다. 약달러를 지지할 뚜렷한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이번주 발표를 앞둔 FOMC 의사록과 PCE 가격지수 역시 원화 약세를 지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주도 달러와 환율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환당국의 경계감과 수출업체 네고 등은 환율 하방을 지지한다. 또한 이번주 2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동결이 유력한 가운데, 인상론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번주 환율은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전망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1270~1330원

시장이 인플레이션과 미 연준의 정책 전망을 재평가하는 가운데, 각종 지표들이 줄줄이 예상 상회하면서 환율이 빠르게 1290원 돌파했다.

2월 들어 원화는 모든 통화에 약세다. 한국 수출 부진 전망과 냉랭해진 미·중 관계 부담 때문이다. 다만 시장과 현실간 괴리가 빠르게 좁혀진 만큼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도 미국의 견조한 노동시장과 물가상승률 하락세 둔화에 긴축우려가 이어지며,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300원 상향 돌파시 외환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계감과 주중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수 발표를 대기하며 상승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

2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의 스탠스는 도비시(dovish, 비둘기파적)했고, 모두가 3월 5%를 종착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 실물·물가지표가 예상을 웃돌자, 5~6월까지 추가 금리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간에서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는 쉬어갈 공산이 크다.

원화가 추가 약세를 시현한다고 했을 때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지지선은 1320원 내외로 추정된다. 다만 현재 원화는 과도한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가 이 수준을 계속 넘기 보다는 수개월 내로 1200원 선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270~1330원

이번주 발표를 앞둔 2월 FOMC회의 의사록, 1월 PCE 물가지표가 물가 불안 심리를 재차 자극할지가 변수다. 특히 의사록에서 연준 인사들의 인플레이션 평가 내용이 1월 CPI로 촉발된 금리인상 불확실성을 증폭시킬지가 주목된다.

2월 금통위 결과가 한·미간 정책 금리 역전 리스크를 재차 자극할지 여부는 1300원대 안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세를 유지 중이지만 해당 흐름이 지속될지, 변곡점을 보일지에 따라 환율의 추가 상승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환율의 1300원대 안착이나 추세적 추가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다만 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으로 일시적으로 1300원선을 중심으로 한 단기 등락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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