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막히자 리볼빙 '급증'···고금리로 내몰리는 취약차주들
카드론 막히자 리볼빙 '급증'···고금리로 내몰리는 취약차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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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카드론, 한달새 5456억↓···리볼빙 1349억↑
작년 리볼빙 1조↑···카드사, 차주 60% 이상 다중채무자
카드사 부실 우려 확대···"보수적 건전성 관리 필요"
신용카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신용카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불리는 카드사 신용대출서비스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카드론 잔액이 줄고, 금리가 높은 리볼빙에 차주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카드론 문턱이 높아지면서, 당장 결제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대금 일부를 이월하는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카드사들은 급격한 금리인상 탓에 조달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다중채무자의 연체 위험이 커지면서 카드론 한도를 대폭 줄이는 한편,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카드사 대출 잔액 중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60%이상이라,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카드론 잔액이 34조2866억원으로 전월 대비 5456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 이용잔액은 11월 기준 6조6053억원으로 전월 대비 537억원 증가했으며,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7조2105억원으로 같은 기간 1349억원 증가했다.

특히 결제성 리볼빙 잔액의 경우 지난 한해 폭발적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1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10개월 간 7개 카드사의 대출자산 증가폭을 살펴보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각각 7396억원, 3717억원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무려 1조473억원이나 상승했다.

업권 관계자들은 카드론의 감소와 리볼빙 증가세의 원인으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창구가 좁아진 것을 꼽았다.

리볼빙 서비스의 정확한 명칭은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으로, 이달 결제해야 할 카드값의 일부를 이월하는 서비스다. 주로 카드연체를 방지하는 용도로 활용되지만, 수수료율이 카드론보다 높아 이자부담을 폭증시킬 우려가 있다. 높은 수수료율을 감소하고서라도 사용하는 일종의 급전창구로 활용된다.

문제는 지난해 자금경색 이슈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대출한도를 낮추는 등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대출금리가 상승하며 차주 이자부담이 늘어나자, 카드론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말 그대로 카드론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7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1월 기준 14.84%로 한달새 0.92%포인트나 늘어난 반면, 이미 법정최고금리(20%)에 가깝던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은 16.8%로 전월 대비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도 리볼빙도 큰 틀에서 건전성 관리가 이뤄진다. 단순 카드론이 막혔는데 리볼빙만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다만 결제 대금이 이월되는 리볼빙이 늘었다는 점은, 당장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통상 리볼빙의 수수료율은 카드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당장은 넘기더라도, 향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1월 기준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차주 중 22.32%가 18~20% 금리가 적용되는 취약차주다. 카드론 차주 5명 중 1명이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한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의 경우 저신용자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18~20% 금리가 적용되는 차주 비중은 현금서비스 이용자의 66.96%다. 리볼빙의 경우 결제성은 44.62%, 대출성은 83.16%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올해 화두로 건전성을 꼽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한국신용평가는 대출금리가 3%포인트 상승 시 카드사 대출성자산(카드론, 현금서비스, 대출성리볼빙)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5.2%에서 7.3%로 2.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가계 한계차주 비중이 16.2%에서 21.1%로 4.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카드사 대출서비스 이용층의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신평이 카드사 대출서비스의 3건 이상 다중채무자 비중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는 59.3%, 카드론은 61.8%, 대출성 리볼빙은 65.4%로 집계됐다.

특히 결제성 리볼빙 잔액 확대는 부실위험으로 연결된다. 이에 고위험 차주 점검과 고위험 자산 비중 관리 등 보수적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건전성 지표 추이에 따라 대출심사, 한도관리를 기민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저신용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올해 카드사는 건전성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책임연구원은 "다중채무자는 채무상환능력 및 재무융통성 측면에서 물가 부담, 금리 상승 및 자산가격 하락 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유사시 여신기관의 건전성 저하를 주도할 것"이며 "이는 실적 변동성을 크게 좌우할 수준인 만큼,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취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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