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탈 가능성 점증…은행권, '떨고 있다'
자금이탈 가능성 점증…은행권,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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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초읽기
머니무브→시장성수신↑→수익성↓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예금금리 하락세와 물가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되면 '저축은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은행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다. 대신 주식과 펀드 등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게 된다. 이와 함께 하반기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일 경우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어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동성 관리 '빨간불'
미국발 신용경색이 다소 완화되면서 전세계 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도 어느정도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머니무브 재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시중자금 흐름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은 지난 2월 3조8000억원에서 4월에는 4조1000억원으로 증가폭을 확대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잔액 역시 2월말 131조2000억원에서 25일 현재 140조원으로 늘었으며, 은행 요구불예금의 대항마 성격인 증권사 CMA 잔액도 지난 9일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2월 이후 2조원 넘게 감소해 지난 14일 현재 43조원대에 머물러 있으며, 총수신 잔액 역시 155조원으로 일주일만에 1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시장성수신을 크게 늘리고 있다. 대출확대와 함께 머니무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4월말 은행권의 시장성 수신잔액은 283조 2570억원으로 정기예금잔액인 306조765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의 시장성수신은 지난해 11월 269조 4000억원에서 12월 261조 9000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올해 들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성 수신 확대는 곧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의미한다"며 "머니무브 가능성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는만큼 은행들은 대출경쟁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재도 악재로 둔갑(?)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재로선 미지수다.
금리인하는 일단 대출금리를 끌어내리고 이는 연체율 하락으로 이어져 은행 자산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건설경기를 활성화시켜 주택대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6월 금통위에서 현재 5.0%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이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물가와 부동산의 안정보다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선택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리인하가 은행에 긍정적인 요인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금리인하가 자칫 물가를 자극해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3.9%에서 지난달 4.1%로 치솟고 있는 반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줄곧 하락세를 타며 최근 5%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할 경우 실세 금리는 불과 4.23%에 그쳐 물가상승률과의 차이가 불과 0.13%p에 그친다. 
예금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고 물가가 뜀박질을 계속할 경우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는 예금에서 증시로의 자금이탈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 초 7%대에 육박했던 예금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도 주식·펀드로 몰리고 있다"며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 경우 급격한 예금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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