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와 官治
민영화와 官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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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의 전형을 이즈음 또 본다. 요즘 활발히 발언록을 미디어에 올리는 강만수 장관의 언사는 종종 횡설수설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 주말에는 공기업을 민영화 혹은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공기업 직원을 1/3쯤 잘라낼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특히 “사람 잘라 내는 것은 처음부터 계획이 없었다” “효율화 방법이 논의될 뿐이며, 시장경제에 맡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효율화,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진행되는 통폐합 과정에서 어떻게 감원 없이 진행하겠다는 것인지는 구체적 방안이 나온 바 없어 무어라 평할 형편이 못된다. 그러니 지켜볼밖에 없다.
그러나 민영화할 공기업의 경우 감원이라는 불씨를 스스로 지피지는 않겠다는 의미여서 말솜씨의 꺼풀을 벗겨보고 싶은 마음이 인다. 결국 내용을 들여다보면 단지 공을 인수할 기업에 넘기겠다는 것일 뿐이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고용승계가 원칙”이라는 청와대 핵심관계자 한 사람과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첨언이 있었다지만 이 말이 해당 기업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물론 일단 민영화한 이후에야 감원에 간여할 수도 없을 게고 또 해서도 안 되는 일일 터인데 되씹어볼수록 말의 의미가 참 묘하다.
하기는 이미 형식상 민영화됐다는 은행 인사에도 여전히 정부가 간섭하고 입질을 계속하는 모양새로 구설이 여간 아니다. 임기 중의 본인 과실이 뚜렷이 없는 민간 출신의 박해춘 우리은행장에 대한 불신임이나 임기 1년도 채 수행하지 않은 기업은행장에 대해 굳이 재신임이라는 그림을 그린 모양새나 모두가 참 치기 어린 노름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렇게 참견하고 나선 인사 원칙이 뭐라고 뚜렷이 밝히지도 못한다. 기업은행의 연내 민영화에 매각까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그린 그림이어서 더 속뵌다.
역시 연내 민영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산업은행의 신임 총재 자리를 놓고도 요즘 저울질이 분주하다. 보도된 바로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과 이덕훈 전 금융통화위원이 경합 중이라고 한다. 결국 민영화의 정치적 부담을 어느 쪽이 대신 잘 지고 갈지를 가늠하는 일일 터이다. 삼성 비자금의 오물을 정부는 털어냈다고 믿는 모양새를 보이지만 세간의 민심이 그 같지는 않을 터인데도 굳이 그가 거론되는 진정한 이유일 터이다.
이래저래 민영화의 참뜻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들 일들만 즐비하다. 은행 인사에 여전히 간여하며 집권 논공행상을 위한 자리 만들기에 분주한 민영화, 재계와 밀착된 인사들 손으로 이루어질 은행 민영화라면 그 결과로 초래될 이 사회의 재앙이 너무 뚜렷해 보일 뿐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 일정은 6월에 확정 짓고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으로 현재는 실무협의 단계라고 강만수 장관이 이미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다. 공기업 민영화는 분명 사회 발전단계에 따라 일정 속도로 일정 정도 진행되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무슨 일에서도 그렇듯 지나치게 극단까지 밀어붙이면 득보다 실이 많다. 종종 수습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국가 기간산업까지 민영화 하고도 건강한 경제시스템이 유지되는 사회는 드물다. 현재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사회조차도 속으로 썩어 들어가는 사례를 찾기가 오히려 수월하다.
끊임없이 해외에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경제 유지가 어려운 미국의 사례를 모범답안처럼 외우는 그룹들이 지금 이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이라면 역사 앞에 참 두려운 일이다. 더구나 지금의 미국은 방위산업체와 정부의 과도한 밀착으로 전 세계에 전쟁의 위험을 월등히 증폭시켰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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