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스타' 등용문 '100분 토론', 패널은 '들러리'?
'깜짝스타' 등용문 '100분 토론', 패널은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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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MBC가 한 주의 이슈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100분 토론'(매주 목요일 11시 5분 생방송)이 연일 화제다. '국민적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깜짝스타'의 등용문이 돼 가고 있다. 동시에, 일부 패널(공인)에겐 '무덤'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쇠고기 파동'이라는 뜨거운 이슈때문이기도 하지만, 매회마다 신선한 화제거리가 등장하면서 무명 '스타제조기'라는 말마저 생겨나고 있다. 토론 도중 전화를 통해 참여하는 시청자 전화 코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명 스타'의 주인공 들이다.
 
토론장에 직접 나와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시민논객들도 100분 토론을 빛내는 조연들. 전문가를 능가하는 식견, 논리정연한 말솜씨의 경연장이 돼 가고 있다. 이제는 아예 '패널은 들러리고 시민논객이나 전화참여자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100분 토론'을 본다는 시청자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어설픈 패널의 경우 '100분 토론'직후 공인으로서 인기가 급락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함량미달의 패널출연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광우병 관련 '100분 토론'의 원조 스타격은 아무래도  지난 8일 방송된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에 출연해 전문가를 뺨치는 식견과 차분한 어조로 이목을 집중시킨 애틀란타 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주부 이선영 씨. 이 씨는 미국 한인사회의 광우병 우려에 대한 분위기가 잘못 전달됐다는 점과 함께, 교포 주부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사실을 처음으로 알리는 역할까지 해 일약 스타로 부각됐었다.
 
한편, 지난 2주 연속으로 화제가 됐던 이른바 '최 선생'과 '원 선생'에 이어 22일엔 양 선생(광주, 양석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양 씨의 등장은 이날 방송분 중 단연 '압권'이었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 다수가 양 씨의 적절한 비유가 통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각종 웹사이트나 블로그 등에는 양 선생 어록까지 등장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손석희 교수도 "요즘 ‘100분토론’은 시청자 전화가 크게 화제가 되곤 하는데, 오늘 참여한 분들도 아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주셨다. 의견 잘 들었다"고 사회자로서의 균향을 잃지 않는 범위내에서 감각적인 평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이명박 정부 석달, 문제는? 해법은?'.
그러나, 토론의 내용은 '광우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양 씨는 시청자 전화의견에 참여해 이 대통령의 'CEO대통령론'의 맹점을 날카로운 논리와 절묘한 비유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양 씨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하고 싶다"며 말을 꺼냈다.  "대통령께서 미국에 가셔서 자신은 대한민국의 CEO라고 말씀하셨다. CEO라면 회사가 있어야 되지 않나. 저는 대통령이 CEO로 있는 회사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국민 전체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라고 생각한다"이라며 포문을열기 시작했다.

이어 "그러니까 국민은 직원이 아니라 소비자인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주권, 경제 성장 같은 그런 좋은 서비스와 제품들을 우리들에게 제공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을 자기가 채용해서 일시키고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그런 직원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을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의 관계로 절묘하게 비유한 대목. "자동차회사로 예를 들면, 우리 국민인 소비자가 자동차를 샀다. 그런데 의자가 조금 불편하다. 그게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다. 그래도 참았다. 핸들링이 안 좋다. 영어몰입교육이다. 그것도 참는다. 엔진이 힘이 없다. 대운하 정책이다. 그래도 참았다. 그런데 이 차가 브레이크가 안 듣는다. 이게 쇠고기 문제다."

양 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는 하자를 발견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래서 소비자인 국민이 이 자동차를 리콜을 시키든, 환불을 해달라고 하는데, 회사에서는 ‘아이고 뭘 모르는 소비자가 좋은 상품 불평만 한다’라고 이렇게 말을 해왔다.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양 씨는 이어 "아무리 무식한 국민들이라도 소비자는 왕이다. 그리고 그 경제 살린다는 말에 이 무식한 소비자들이 뽑아줬다"며 "회사가 살려면 소비자의 요구와 기호를 먼저 살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오늘 유감표명(담화)을 했다는 점은 반기지만, 실제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없었다"며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말은 거슬린다고 했는데, 비록 제 말이 귀에 조금 거슬릴지라도 이명박 대통령께서 꼭 제 말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말을 끝맺었다. 통렬한 비판에 겸손함으로 날개까지 달아, 효과는 극대화시키고 안티심리는 차단시키는 프로에 가까운 능란한 '말솜씨'를 뽐냈다는 평가다.

전화 연결이 끝나자, 양씨의 발언은 일시에 화제가 됐다. ‘100분토론’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말 말 속 시원하게 한다”, “TV를 보다 박수를 쳤다”, “무식한 소비자라니, 정말 뼈 있는 말이다”라는 등, 양씨의 발언에 공감하는 글들이 잇달았다. 한  시청자는 "말을 쉽고 조리있게 잘해 박수가 절로 나왔다"며 "제발 이 대통령이 (양 씨의 발언을 듣고) 뭔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방송된 '100분 토론'에서는 "미국산쇠고기가 위험하면 안 먹으면 된다"고 전화의견을 낸 '원 선생'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얻으며 화제가 됐었다. 이 보다 한주 앞선 8일 방송에서는 최 선생이라는 인물 화제를 모았다. "(광우병 쇠고기는) 삶아먹으면 괜찮은 것 아니냐", "나 같으면 (광우병 걸릴 확률인) 10만분의 1 중 1이 내가 되더라도 먹겠다"는 그의 말은 또 다른 각도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다. '무지'로 받아들이기보다 의도된 '촌철살인'으로 해석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았었다.
 
아무튼, 최·원 두 '선생'이 네티즌들로부터 '황당하다'는 반응을 얻었던 반면 '양 선생'은 네티즌들의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이른바 '개념선생'이라는 '영광스런' 별칭까지 얻게 됐다. 일부 '무개념 패널'들을 겨냥해 생겨난 별명이 아닌가 싶다. 

한편, 다음주부터는 '100분 토론'의 방영시간이 12시 10분으로 변경됐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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