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인플레 완화가 우선 과제···긴축 유지할 것"
이창용 총재 "인플레 완화가 우선 과제···긴축 유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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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원인, 에너지가격 폭등과 미 연준 긴축행보
비은행부문 금융안정 확보, 공급망 다변화 등 시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연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연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연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한국경제는 가속화하는 글로벌 통화긴축이라는 여건 하에 많은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이 총재는 한은 역시 여러 주요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한은의 전망에 체계적 오차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한 주원인으로 이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폭등과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원화가치 절하를 꼽았다.

그는 "한국 경제는 전체 수입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에 있어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인플레이션 절반 정도가 에너지 가격 급증에 기인한다"며 "하반기 에너지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했지만, 에너지 수입가격 책정은 주로 미달러화로 이뤄진다. 원화가치 절하가 인플레이션 지속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원유 및 가스 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예측하기 어렵다"며 "비록 사전에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강세를 예상했지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고 소회했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총재는 "그간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다양한 경제 부문에서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의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본격적 금리인상기를 맞아 은행 예금금리가 빠르게 상승했고, 그 결과 비은행부문에서 은행부문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비은행 부문의 조달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최근 자금경색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비은행부문의 불안정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고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하에서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은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전했다.

경제적·지질학적 분절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인 도전과제이자 장기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경제·정치적 차원에서의 글로벌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단언했다.

이 총재는 "국제적 리더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공조와 협력적 경쟁 관계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며 "분절화로 인한 무역과 글로벌 성장의 약화는 모든 국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지난 20년간 중국과의 무역 확대로 인한 혜택으로 한국경제는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의 여유는 없다"며 "한국 경제는 이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일부 산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균형있고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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