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민영화 앞두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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企銀, 독자생존 '무게'…시장, 매각 기정사실화
 
▲     © 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정부의 국책은행 민영화 작업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영화 대상인 기업은행이 독자생존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반면, 시장은 기업은행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가 산은지주회사 지분 49%를 2010년까지 1년 앞당겨 매각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매각 시기가 앞당겨 질 확률이 높아졌다.
산은의 경우 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기업은행의 경우 정부의 보유 지분만 매각하면 된다. 또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합쳐서 파는 방안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현재로선 단독 매각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두 은행의 합병은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은행의 대형화는 시장주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모회사인 우리지주의 몸값이 300조원을 육박하기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총자산은 130조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덜하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의 매각이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분리매각을 통한 국책은행 민영화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M&A에 대한 매력도가 극대화되고 있다"며 "향후 국민은행ㆍ하나금융ㆍ우리금융으로부터 치열한 인수 경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독자생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IBK증권 설립을 통해 증권업에 진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조만간 보험업 진출도 본격화해 수익원을 보다 다변화할 계획이다.
최근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재신임이 결정된 이후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기업은행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투자은행 업무 등을 강화해 중국, 베이징 등 아시아 지역에서 중소기업금융에 전문화된 초우량 은행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행장은 부족한 개인금융 부문을 강화해 수신기반을 보다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윤 행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기업은행의 M&A(인수합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업은행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독자적으로 생존하기에는 수신기반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기업대출에 필요한 전체 예수금 85조원 가운데 30조원을 중금채·산금채 등에서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이같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은 지난해 이후 줄곧 개인금융을 강조하며 수신기반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개인고객을 늘리기 시작했던 지난해의 경우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마저 심각한 머니무브 현상을 경험하며 저원가성 예금 이탈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역시 저원가성 예금보다는 연 4~5%대의 고금리 예금으로 개인고객을 늘려왔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시장조달을 제외한 55조원 가운데 13조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보다 일찍 수신기반 확보에 나섰더라면 사정이 그나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며 "현재의 수신기반으로는 독자생존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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