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유연성과 일관성
통화정책의 유연성과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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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김보경 기자]<ich-habe@seoulfn.com>유연성은 언제나 상황의 변화에 따른 기분좋은 핑계다. 유행에 따라 머리모양, 옷스타일이 변하듯 유연성은 개개인 삶에 중심의 부재를 그럴싸하게 감춰 주고있다. 유연한 태도의 사람은 군중에게 인기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군중에게 인기는 커녕 질타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유연성은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어 무엇보다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포스트모던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유연한 삶에 대한 태도는 선호대상이며 지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참을 수 없게 가벼운 유연성을 모더니즘적 일관성에 강요하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하다.
 
한 싸움의 고수가 말했다. 일대다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한놈만 죽어라 패는 것이라고 말이다. 최근 금리정책은 아래위로 팽팽한 가죽으로 덮혀있는 유리관과 같다. 그 긴장감이 너무나 심해 무엇하나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가죽이든 함부로 찢고 나갔다가는 유리관 안에 있는 내용물이 모두 쏟아질터다. 때문에 주변 습도, 온도, 기압 등 갖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최상의 조건을 조성한 후에 가죽을 벗겨 유리관 안의 내용물을 구해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유리관 안에 있는 한국 경제를 잘 담아내기 위해 위로는 경기침체, 아래로는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줄곧 물가안정을 기본 목표로 설정했고, 물가를 1순위 보호대상으로 설명했다. 일관성있게 말이다. 그런면에서 한국은행 역시 최고의 싸움꾼 반열에 오른 것 같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한국은행이 8개월간 유지해온 일관성에 투정을 부리고 있다.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시장의 아우성과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하리라는 확신에 가득차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근거도 여러가지다. 정부의 압박, 경기둔화 가능성,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 등이 그것이다. 먼저 근본적인 물가안정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책금리 인하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고, 글로벌 달러화 약세 현상은 글로벌 시장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또 약달러 대비 초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의 가치도 문제다. 대부분의 경제상황이 물가안정의 꿈도 꾸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을 위한답시고 금리인하를 서두른다면 비싼 기름칠한 집에 불씨를 던진격이다. 결국 물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올라 취지와는 어긋나게 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무모한 판단을 뒤로하고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최근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현·선물 채권 순매수세를 질기게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재정거래 유입은 지난해 말 이후 몇차례 홍역을 치른 채권시장을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만약 한국은행이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후폭풍(생각보다 크진 않겠지만) 걱정에 벌써부터 아찔하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담그지 말란 법은 없다. 역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빠져나는 것이 두려워 한국경제를 통채로 담보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통화정책의 선행적 성격을 비춰본다면 한국은행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극복하고, 글로벌 신용경색의 완화에 대한 명백한 판단근거일 것이다. 뻥뻥 터지는 이슈들에 따라 유수의 전문가들의 의견도 호떡뒤집듯 하루아침에 의견을 갈아치고 있는 실정인데, 무모하게 패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보경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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