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남은 거 팔아요"···개봉식품 중고거래하면 위법
"먹다남은 거 팔아요"···개봉식품 중고거래하면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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씰 골라내고 남은 포켓몬 빵도 매물로 나와
검색만 해도 개봉된 식품들 쉽게 볼 수 있어
식품위생법, 식품 등의 표시·광고법 위반 주의
번개장터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단백질 보충제를 판매하는 게시글. (사진=김종현 기자)
번개장터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단백질 보충제를 판매하는 게시글. (사진=김종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종현 기자] 먹다남은 것들이 번개장터 등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들은 판매금지라고 주장하지만 버젓이 팔리고 있다.

기자는 실태를 확인하기위해 번개장터에 올라온 단백질보충제를 발견하고 실제 거래가 가능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발품을 팔았다.

실제 중고거래로 판매되는 개봉된 식품이 다른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지, 거래 자체에 위법의 소지는 없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저녁 6시경 상봉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자 건장한 체격의 40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사용한 거지만 잘 쓰세요"라며 돈을 받고 사라졌다. 

중고거래로 받은 단백질 보충제는 3분의 1이 비어있었다. 내용물의 윗부분을 티스푼으로 떠서 음용하니 초콜릿 냄새와 시큼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카카오 성분이 들어있어 초콜릿 냄새는 원래 난다고 쳐도 시큼한 향은 도대체 뭔지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단백질 보충제 자체에 시큼한 향이 느껴진다는 여러 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득 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판 사람의 침이 내용물에 묻어있을까?' 좀 찝찝했다.  

얼마 전부터 개봉된 빵과 식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잇따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근래엔 포켓몬 빵을 개봉한 상태로 판매한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씰(스티커)을 골라내고 남은 빵을 파는 이용자들의 게시글이었다.

본지가 중고거래로 구매한 개봉된 단백질 보충제. (사진=김종현 기자)
중고거래로 구매한 개봉된 단백질 보충제. (사진=김종현 기자)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장터는 건전하고 안전한 중고 거래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에 위배되는 품목의 거래를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다. 문의하신 개봉된 식품 또한 운영정책상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품목"이라고 밝혔다.

거래 금지라지만 실제 거래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관리 소홀이란 지적이 나올법하다. 

당근마켓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고추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당근마켓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고추기름을 판매하는 게시글. (사진=김종현 기자)

 

당근마켓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분유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당근마켓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분유를 판매하는 게시글. (사진=김종현 기자)
당근마켓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포켓몬 빵을 나눔한 게시글. (사진=김종현 기자)
당근마켓에서 한 사용자가 개봉된 포켓몬 빵을 나눔한 게시글. (사진=김종현 기자)

당근마켓의 한 이용자는 "상황에 따라 분유를 바꿔 아기한테 먹인다. 얼마 전 고른 분유가 아기한테 더 맞는 것 같아서 이전에 구매했던 (개봉된) 분유들을 파는 것"이라며 개봉된 식품을 팔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개봉된 식품은 거래금지 품목으로 관리되고 있다. 개봉된 식품의 판매·나눔 게시글은 머신러닝과 자체 모니터링,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개봉 식품 거래 게시글을 올리면 노출이 되지 않고, 일대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반복적인 게시를 시도하면 높은 수위의 제재가 부과된다"라고 말했다. 

식품 위생법 제7조 제4항엔 '제조·가공하여 최소 판매단위로 포장된 식품은 허가받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판매의 목적으로 포장을 뜯어 분할하여 판매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내용이 있다. 또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선 '표시가 없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한 식품 등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가공·소분·수입·포장·보관·진열 또는 운반하거나 영업에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을 볼 수 있다.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은 개봉된 식품의 판매는 식품 위생법에 근거하여 위법이다. 이에 대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법적으로 개봉된 식품 판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나눔(무료로 나눠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서 개봉된 식품 판매는 물론 나눔까지 모두 금지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원에서 작년 24조원으로 약 6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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