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환율 유감
강만수 환율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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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막판 국내 외환시장은 별다른 이유 없는 환율 급등으로 설왕설래했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8.70원 급등한 1,000.70으로 장을 마감했고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강만수 효과라는 말도 떠돌았다. 한주 간 내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다 결국 5일간 25.00원 올라 1,000원선을 넘어서고야 장을 마감했다.
근 한 달 만에 도달한 이 가격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제시한 가격대여서 정부의 환시장 개입을 부정할 수는 없게 됐다. 지속적으로 환율 상승 지지 발언을 해온 강 장관은 1,000원 고비를 넘기 이틀 전 “1,000원선의 환율이 여행수지 개선에 기여했다”고 말해 시장에서 환율상승 기대심리가 자리 잡도록 도왔다.
강 장관의 그런 발언이 있던 날 최중경 제1차관도 환율상승을 유도하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외환시장에서 투기세력보다 문제는 무모세력”이라며 국내 외환딜러들이 투기적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함을 역설했다. 장·차관이 한꺼번에 환율 띄우기에 나섰는데도 환율이 안 올랐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일 게다. 그래서 S오일 배당금이 1,000원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외환시장 관계자의 발언이 외려 염려될 지경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그만한 정도의 정부 개입이야 어느 나라에서도 있음직한 일이다. 그러니 특별히 토 달 일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급격히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위험한 일이다. 한국민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특히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당시 정책팀의 한가운데서 맞이했던 강 장관으로서는 그 당시 상황을 되풀이 할 생각이 없으리라 이해도 된다.
다만 지금의 시기적 적절성과 관련해서는 이런저런 다른 말이 나올 여지는 있을 듯하다. 한국은행은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금리인하를 고려하다 환율상승에 주춤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괜스레 환율 뒤를 쫓다 물가 불안의 주범으로 몰릴 위험도 있으니 선뜻 걸음을 뗄 형편이 못될 터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계 안팎 분위기로 보자면 한국은행보다는 재정부 정책에 손들어주는 분위기가 우세한 듯하다. 금리인하가 경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경제학자나 지금 경기가 크게 나쁘지 않다는 한은 금융협의회에서의 진단 등이 두루 금리인하 카드를 들고 망설이는 이성태 한은 총재에게 등을 보인다. 금리를 주물러 국내 거품소비를 늘리기보다는 경상수지 개선효과 측면에서 고환율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이 월등히 큰 것이다.
수입억제를 통한 수지개선 효과도 있지만 수출경기를 활성화시키기에도 일단은 환율상승이 보탬이 될 터이니 이번 재정부의 선택이 나쁘지는 않았다. 주변국과의 환율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염려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자주 시장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어서 나중에 거꾸로 발목 잡힐 위험이 그 하나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국가에서 시장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길 부당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정부가 시장중립적인 태도를 지속했다면 우리 형편에 맞춰 대응이 쉽지만 드러내놓고 시장개입을 했던 정부라면 부당한 요구에도 거절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가 있다.
또 하나는 시장에 관 개입의 타성을 심어줄 우려다. 아직 국내 여러 금융시장들의 시장자율성 단계가 그다지 높지 않고 종종 분위기에도 휩쓸리곤 하는 것처럼 비친다. 정부 개입에 빠르게 반응하는 만큼 그로인한 급격한 쏠림현상을 보이기도 쉬운 상태인 것이다. 마치 청소년기 아이들의 격정 비슷이.
시장 자율성이 보다 높아지려면 정부의 개입은 오랜 인내심을 갖고 매우 조심스럽게 행해져야 하며 최소한의 개입이 되도록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환율을 너무 쉬운 카드로 휘두르다 또다시 국가적 악몽을 재현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시장 동향을 보는 시각에 조심스러운 우려가 담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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