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은행 점포는 1층' 옛말···2층 선호 '뚜렷', 왜?
[뉴스톡톡] '은행 점포는 1층' 옛말···2층 선호 '뚜렷',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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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방문객 수↓·비싼 임대료에 비(非)단층 선호
"내방객 집중도 높아져"···비용보다 '공간 재창조' 필요 
하나은행 낙성대역지점 모습.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 점포=1층'이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과거 건물 1층에서 간판 점포 역할을 도맡았던 은행 영업점들이 2층으로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새롭게 단장하는 점포의 대다수는 비(非)단층에 자리 잡는 추세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지점 방문객 수가 줄어들자 은행들이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은 영업점을 개점하거나 이전할 때 2층 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이전한 화곡역금융센터, 판교역프리미엄금융센터가 대표적이다. 각각 신월북지점, 판교역지점이었던 두 영업점은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2층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10개의 지점을 이전, 2개의 점포를 신설한 우리은행은 새단장한 지점이 2층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충북혁신도시지점, 동탄역금융센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같은 기간 22개점을 이전한 신한은행도 상당수 지점이 2층과 3층에 자리 잡았다. 1층에 은행 간판이 걸려 있어도 1층엔 ATM이, 2층으로 올라가야 영업점이 나오는 곳도 적잖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비롯한 4대 은행의 전체 점포 중 절반 이상이 2층 이상에 해당할 정도로, 은행 관계자들은 점포를 비(非)단층에서 찾아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은행 점포가 대부분 1층에 있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의 층을 별도로 기록하거나 관리하지 않아서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이전과 신규 오픈을 고려할 때 2층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맞다"면서 "과거와 비교하자면 1층이 아닌 점포 수가 더 많아졌고, 앞으로도 1층보단 지하나 2층 이상 고층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이진희 기자)

'은행 점포=1층'이 옛말이 된 이유는 은행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면서 은행들이 비용절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을 보면 지난해 19개 국내은행과 우체국예금 고객 기준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금액과 이용건수는 각 70조5541억원, 1732만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6%, 18.0% 늘어났다.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금액이 70조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디지털 시대를 맞은 은행 입장에선 점포 축소와 함께 임대료가 저렴한 2층에 영업점을 꾸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 셈이다. 통상 상가 2층의 임대료는 1층에 비해 2배가량 싸다. 

건물주 역시 일찍 영업을 마치는 은행과 달리 24시간 또는 밤늦게까지 영업할 수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를 더 반기는 분위기가 짙다.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는 데다 대형 프렌차이즈가 들어서야 건물 가치가 올라간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은행들에 2층 입점을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근 상가 전문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건물주들은 층별 업종 선호도가 분명하게 갈린다"면서 "건물의 이미지를 대표할 1층엔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1순위이고, 은행의 경우 2층에 입점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2층 점포'가 대세가 되면서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 이들의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이런 변화로 되레 내방객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층 이상 점포는 1층에 비해 임대료가 싸고,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

더구나 최근 내방객들의 방문 목적은 대출이나 투자 자문 등 주요한 금융 의사결정을 위한 경우가 많은데, 2층으로 자리를 옮긴 덕분에 더 넓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고 영업점 직원들은 설명한다.

다만 일각에선 공간의 이동이 본격화한 만큼, 고객의 불편함을 뛰어넘을 만한 복합적인 리스토어 전략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디지털 증가로 점포의 역할이 줄고 있는 가운데, 고객관계 강화를 위한 점포의 역할과 성격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용 효율화보다 점포 공간을 재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토어 전략을 꾀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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