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냐 민스크냐···'흑해의 진주' 오데사, 평화 되찾을까
바르샤바냐 민스크냐···'흑해의 진주' 오데사, 평화 되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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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의 시민 거주 지역 모습.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SNS)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틀째 이어진 가운데 양측이 협상을 위한 회동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친러시아 정권을 심기 위한 행보를 넘어 키예프, 오데사, 하리키우 등 우크라이나 전 영역을 장악하기 위한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약육강식적 도발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25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저녁 "우크라이나 측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협상하는 구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뒤이어 회담장을 (폴란드) 바르샤바로 하자고 역제안을 한 뒤 연락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크렘린궁의 정전협상 가능성 언급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진입을 앞둔 시점에 발표됐다. 그러나 이날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는 자정을 넘기면서 점령 공포가 극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리자는 "힘겨운 밤이 될 것 같다"며 러시아의 한밤중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보였다.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키예프 시내에는 폭격과 총성이 계속 울리고 있으며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예프에서 탈출하는 이들이 몰린 기차역에서도 총성이 들리면서 시민들의 공포감이 극에 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현 정부를 전복하기 위한 작전을 진행중이다. 현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러 정권을 세우는게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적이라고 미국은 보고 있다.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마지막까지 지킬 것이라며 키예프 정부 청사 앞 거리에서 찍은 영상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이틀 만인 이날 키예프를 에워싸고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전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는 협상장으로 동맹인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를 제시하며 협상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우방인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협상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예프 관련 특별 알림' 화상 연설에서 수도를 잃을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젤런스키 대통령은 "적이 우리의 저항을 무너뜨리려고 모든 병력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어디서든 적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에 협상에 동의한다고 전했고 국방부와 외무부,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대표들로 대표단까지 꾸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와의 협상 검토를 위한 시간을 이용해 자국 수도 키예프를 포함한 여러 도시의 주거지역에 다연장포를 배치했다면서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데사 역에 대피중인 시민들 (사진=빅토리아SNS)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페스코프 대변인은 앞서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면서 러시아는 협상을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로 대표단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군사작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지원이며, 그 일환이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말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이는(탈군사화와 탈나치화는) 중립국 지위의 불가분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가 중립국 지위 획득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탈군사화는 우크라이나의 국방력을 무력화하는 것을, 탈나치화는 현 우크라이나 정권을 몰아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푸틴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만 항복에 대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해방시키고 나치즘으로부터 정화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우크라이나 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지에는 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미 독립국으로 승인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 등 돈바스 지역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대부분의 지역을 탐내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군은 벨라루스에서도 진격해 왔으며 키예프 외곽의 우크라이나 군 공항인 호스토멜 공항도 점령당한 상황으로 미뤄볼 때 수도 키예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는 해석이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밝힌 직후인 24일 이후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포격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남부 오데사와 북동부 하르키우 등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은 물론 벨라루스와 크림반도 쪽에서도 러시아 지상군들이 국경을 넘고 있다고 전했다. 3개 국경을 통해 동시다발적인 침공이 이뤄졌다.

(사진=빅토리아 SNS)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흑해의 진주'라고 불릴만큼 평화로웠던 미항인 오데사(Odessa)에서도 무차별 포격이 이뤄졌다. 시민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전쟁의 공포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문화, 관광, 해상 교통의 중심지다. 우크라이나에서 3번째로 많은 1백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유대인,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이 함께 다민족 도시를 이루며 자유롭고 개방적 문화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신나치'와는 거리가 먼 도시에 미사일이 날아든 것이다. 

폐허가 된 오데사 주거지. (사진=빅토리아 SNS)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한국의 태권도를 배워왔던 오데사 시민 빅토리아(Victoria)는 폐허가 된 시민 주거지의 모습들을 전하며 "이미 수백명의 시민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희생됐다"고 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도울지에 대해서도 알기 어렵다"며서도 "우리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줄 것"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이 벌어지기 전 오데사 거리.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사진=오데사 시민 빅토리아)

민간 지역은 공격하지 않았다는 러시아의 해명과 달리 평화로웠던 미항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결국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우크라이나 전 영역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의 신냉전에 대한 선포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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