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지난달 국내외 증시가 급락하면서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이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82조7천143억원으로 전월 말(91조799억원) 대비 8조3천656억원(9.2%)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이 감소한 것은 작년 9월(-2.2%) 이후 처음이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국내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53조3천498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월 말(60조2천551억원) 대비 11.5%(6조9천53억원) 감소한 수치다. 월간 기준 감소율로는 코로나19발 '쇼크'가 닥친 2020년 3월(-11.2%)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순자산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순자산은 펀드의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운용 결과에 따른 수익 등이 반영된다.
코스피는 13개월 만에 2,700선을 내줬고 코스닥지수는 800대로 내려앉았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자금 유입 현황을 보면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에 1237억원이 유입됐다. 하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기준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중 최근 한 달 새 설정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펀드는 코스피200 지수의 등락률과 연동되는 '한화Smart++인덱스펀드'(655억원)였다. 이어 ‘대신KOSPI200인덱스펀드'(616억원),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펀드'(608억원), '교보악사파워인덱스펀드 1'(220억원) 등의 설정액이 많이 증가했다.
실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 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중 최근 한달 새 설정액이 가장많이 증가한 펀드는 '한화Smart++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655억원·이하 재투자분 포함)이었다. 이 펀드는 코스피200지수의 등락률과 연동되는 인덱스펀드(지수 추종 펀드)다.
'대신KOSPI200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616억원),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608억원),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 1'(220억원) 등의 인덱스펀드들도 설정액이 많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코어테크증권투자신탁'(331억원), '유진챔피언K메가트렌드따라잡기증권자투자신탁'(181억원), '타임폴리오마켓리더증권자투자신탁'(71억원) 등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설정액 증가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배당주장기증권투자신탁 1'(55억원), '베어링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49억원) 등 고배당 관련 펀드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해외 주식형 공모펀드는 지난달 27일 기준 30조8천248억원에서 29조3천646억원으로 한 달 새 1조4천602억원(4.7%)이 줄었다. 다만, 국내 주식형과 비교해 해외 주식평 펀드의 경우 순자산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에 미국 나스닥지수는 조정장에 진입하는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에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부진한 모습이다. 이에더해 올해들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면서 해외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러시아 주식형 펀드가 이달 들어 크게 출렁거리는 등 해외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 감소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대표 지수는 올해 들어 벌써 19% 가까이 빠졌다.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지정적학 리스크로 꼽힌다. 연초부터 매크로(거시 경제) 불안감으로 주요 증시가 뒤흔들리면서 악재에 민감해진 만큼, 시장 참여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 전개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7.12%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6.36%를 훨씬 상회하는 손실이다. 해외주식형 소유형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운용순자산 300억원이 넘는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25.71%)와 ‘한화러시아’(-26.97%)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있고 가치주나 배당주, 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업종 관련펀드 등에는 오히려 하락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인지하고 자금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투자자의 처지가 다른 상황에서 같은 유형의 펀드에 비슷한 시기 자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며 "경험을 쌓은 투자자들이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 게 이번 하락 국면의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