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억대 현대重 통상임금 소송 근로자 승소···경영계 반발
6천억대 현대重 통상임금 소송 근로자 승소···경영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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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관행 이유로 통상임금성 배척은 신중해야"
경영계 "신의칙 적용 안한 판결···예상 못한 인건비 급증"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소급분에 포함해 지급해야 하는지를 놓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이 노동자들의 승소로 일단락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 10명이 전체 노동자 3만여명을 대표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파기환송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판하도록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스스로 재판하는 파기자판과는 차이가 있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파기환송한 이유는 신의칙상으로 볼 때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질 수준으로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2심과 법률적 해석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번 소송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의 차액을 청구하면서 개시됐다.

대법원은 "기업이 일시적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사용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경영 예측을 했다면 그러한 경영상태의 악화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들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은 2개월마다 100%씩 총 600%에 연말 100%, 설·추석 명절 50%씩을 더해 모두 800%였다. 회사는 이 '800% 상여금'을전 종업원과 퇴직자에게 일할 계산해 지급했지만 명절 상여금(100%)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정기성(정기적인 지급), 일률성(일정한 조건을 만족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 고정성(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했다면 업적·성과 등과 무관하게 당연히 지급) 등 통상임금의 성격에 들어맞는 만큼 800%에 해당하는 소급분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지급해야 할 4년 6개월(2009년 12월∼2014년 5월)치 통상임금 소급분의 총 규모는 4천억원(노조 추산)에서 6천억원대(사측 추산) 로 추정된다.

9년 동안 이어진 재판의 쟁점은 신의칙이었다. 통상임금 소급분을 줘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신의칙을 부정해 노동자들의 손을 들었고, 2심에서는 신의칙이 적용돼 사측이 승소했다.

1심은 "저수익성, 원화 강세, 중국 조선소 등 경쟁 회사 출현 등의 이유로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했지만 이를 신의칙 위반 인정 사유로삼아 근로자들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노동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2심은 명절 상여금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돼 통상임금의 요건 중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고, 조선업 경기악화 등 조건을 따져볼 때 소급분을 지급하면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명절 상여금을 뺀 700%는 통상임금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회사가 소급분을 지급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정기 상여금 외에 명절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특정 시점이 되기 전 퇴직한 근로자에게 특정 임금 항목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이 관행과 다른 내용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으면 관행을 이유로 해당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을 배척함에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간 성과급이 임금인지 여부를 두고 벌어진 유사한 소송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기업 쪽이 연이어 승소해 왔지만 올해 4월 현대해상화재보험 전현직 근로자(원고)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피고)을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 선고에서 처음으로 법원의 해석이 이전과 달라졌었다. 

이어 5월 한국전력공사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200억원대 평균임금 소송 1심에서서도 전현직 지원들이 승소하면서 재계와 노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한편 경영계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논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국가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인정하지 않는 이번 판결로 인해 예측지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경연은 대법원이 2심과 달리 이번 재판의 쟁점이었던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한경연은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3천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경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아 통상임금 관련 소모적인 논쟁과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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