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 달러의 교훈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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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2만45 달러에 이르렀다는 통계가 지난 21일 나왔다. 연 이태를 5% 이상 성장을 이루고 IMF체제를 겪으며 7천35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던 국민소득을 불과 10년 만에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1만5천 달러 문턱에서 외환위기로 절반 수준까지 깎였던 국민소득이 불과 10년 만에 원상회복의 수준을 훌쩍 넘어 마(魔)의 고지처럼 여기던 2만 달러 벽을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실적을 올린 정부는 민생경제 실패를 이유로 정치적 참패를 당했다. 바로 그 점에서 민생경제 실패의 책임을 추궁하며 집권한 현 정부에게 앞으로 5년의 책임은 참으로 무겁다. 실용정부를 기치로 내건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과연 얼마나 서민층을 포함한 다수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도합 10년간 경제성장의 속도나 폭 모두 경쟁국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고 국민소득 역시 집권 내내 큰 폭으로 성장을 지속했다. 그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경제정책 실패를 추궁 당했고 현 정부는 그 반사이익을 누리며 집권했다. 마땅히 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러자고 관련 부처에서는 이리저리 정책을 주무르는 듯하다.

그러나 유가 상승 압박 등 물가 불안요인이 크니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식의 너무나 번한 얘기마저 대통령이 말하지 않으면 경제부처는 꿈쩍도 안하는 게 아닌가 싶게 그저 조용하다. 장관은 여전히 10년 전 외환위기를 불러오던 시절 레퍼토리를 되 읊어 시장을 흔들어 댈 뿐 지금 한국의 경제상황에 적합한 정책적 구상 하나 변변히 내놓고 있질 못하다. 
지금 국제적 상황을 보나 외환위기 이후 계속 궁지로 몰리기만 하는 서민들의 삶을 보나 새 정부는 마땅히 해빙기 어름을 딛고 강을 건너듯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디뎌야 할 시기이다. 경제정책 하나, 경제 각료의 말 한마디가 다 대갓집 새색시 품새로 내놔야 하는 형편인데 정권 초반부터 불안정한 모습을 잇달아 보이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들이 대체로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가 실패를 추궁당한 데는 정치적 변수를 사상시키고도 국민 각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소득 증가가 폭넓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결정적 한계가 있었다. 그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난에 직면했고 서민 표를 주요 기반으로 집권한 정권이 밑바닥 민심까지 잃었다. 그 점을 현 정권이라고 모를 리는 물론 없을 터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과연 참여정부의 한계를 깰 수 있으려나 의심스럽기만 하다. 오히려 양극화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뿐이다. 출범 한 달을 맞는 현 정부 내부로부터 나오는 이런 저런 소리들이 문제 해결 능력을 믿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안팎으로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유가 인상과 같은 문제들은 정부로서도 어찌 해 볼 수 없는 난제일 게다. 그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니 말이다. 다만 원유 수입부터 생산, 공급의 전 과정에서 가격 거품을 정부의 직접적 개입 없이 빼게 할 방법을 찾는 일은 관련 부처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일이겠다.

그보다는 달러 약세의 이점을 업고 올라선 국민소득 2만 달러시대를 집권하자마자 빠져나가려는 외국투기자본들과 씨름하며 지켜낼 수 있을지가 더 우려되는 문제다. IMF가 과도한 외환보유고를 지적했었지만 그마저도 없었다면 작금의 사태로 봐선 또 한 번 외환위기를 겪지 않았다 장담할 형편이 못된다. 국외로부터의 평가나 권고도 단지 참고만 할 일임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우리 실정, 우리 정서를 제대로 꿰뚫어보고 주체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중심세력이 현 정부에 있는지가 영 미덥질 않다.

사회적 중심을 잡아줘야 할 정부가 제 자식만 끼고 도는 못된 계모처럼 굴어선 곤란하다. 전 정권을 공격하던 그 칼날을 언제든 되받을 수도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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