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조용하지?
왜 우리만 조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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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천달러를 넘는가 하면 지속되는 달러가치 하락으로 1달러가 100엔 이하로 추락했다고 외신들은 야단이다. 이런 폭주하는 불안한 뉴스 속에 폭락 장세로 출발했던 지난 13일의 뉴욕 증시는 같은 날 S&P 보고서 한 장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끌어올려지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의 주가 쇼는 실상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무게를 벗어날 기적을 바라는 미국 투자자들의 허망한 환상의 덕일 가능성이 크다. 전체 긍정, 세부적 함정 산개의 S&P 보고서를 모르핀 주사 삼아 고통을 잠시 있고 싶은 게다. 덕분에 일단 추락 장세에 일시 제동이 걸렸고 아시아 증시의 동반추락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다. 물론 그 소식에도 지난 주말 한국 증시는 장중 한 때 1600선이 붕괴됐다 기사회생, 간신히 1600.26에 마감했지만.

그러나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미국의 노력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변하게 될 달러의 향후 전망은 엄청난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 내부적 압박을 증대시켜 중국정부로 하여금 위협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붙일 우려도 있다. 우리가 중국을 말할 때는 흔히 13억의 중국인을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를 말할 때는 북경과 상해, 천진 등 몇 개 거점도시만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만큼 중국의 좁은 영역에 압축된 에너지가 모여 있어 작은 움직임에도 큰 격랑이 이는 위험도 높은 경제단위다.

세계 경제는 이처럼 지금 격랑 속에 휩싸여 있다. 전문적인 투자자들도 여느 때에 비해 몹시 예민해질 상황이다. 소액 투자자들이라면 아예 쉬는 게 남는 상황이다.

이러니 지금은 국가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다. 정책 당국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위태로워만 보이는 이런 세계적 소동 속에서도 한국은 매우 조용하다. 뉴스 몇 줄로 우리의 관심이 충분하다고 자위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

물론 필자는 정책 생산과정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국외자다. 그런 국외자가 미처 보지 못한 뭔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밖에서 보고 있자니 정부도, 여타 정책 담당기관들도 꽤 태평해 보인다.

엔화는 지금 달러당 100엔 대가 붕괴됐다고 야단이 났다. 다른 국가들도 추락하는 달러가치에 당혹스러워 하기는 매한가지일 터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만은 유독 달러 값이 상승을 한다. 한 때 800원 대를 예상하고 대비도 했던 원화가 지금 1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불원간 1천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세계는 미 연준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금리정책을 세심하게 조율하는데 우리는 너무도 단순한 ‘이론’을 앞세운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금리인상이든 인하든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옳고 그를 수는 없다. 단지 시점 시점마다에서 적절한 선택의 대상인 것만은 확실한 것 아닌가.

현 정부가 민간소비를 활성화시켜 기업생산을 촉진하겠다는 발상도 상황에 따라서는 분명 타당성이 있다. 시장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정권이 경제정책의 요체로 삼을만한 충분한 가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작부터 고유가로 인한 물가불안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이럴 때 경험상 예상 가능한 정부 쪽 반응은 자신들이 가진 한 가지 카드만을 만능키로 보고 그것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지금 기획재정부나 산업부는 경제성장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러다보니 재정부는 금리 인하의 중요성이 강조될 터이고 산업부는 유가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잠정적인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고유가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원전쟁의 징조는 점점 뚜렷해져 가는 마당이다. 인상이 불가피한 가격의 인하 대책보다 에너지 소비 절감 대책이 앞서는 게 순서다. 혹여 정권 초기의 인기 때문인가, 아니면 ‘원칙’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 때문인가. 미국이 그리하니까?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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