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로 인해 전세계적인 초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 우려 때문에 2.25%p 가량 금리를 인하했다. 이로 인한 글로벌 과잉 유동성은 물가급등과 유가상승의 원인이 됐다.
이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102.45달러로 지난달 말 이후 100달러 선을 상회하고 있다. 두바이유는 94.87달러로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 선보다 20달러 가량 급등해 석유수입국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안정을 위해 달러화 대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로 기준통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국부펀드가 약달러 현상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손실을 매우고 있어 기준통화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유국들이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이는 수익인 '오일머니(Oil Money)'의 해외투자 형태는 민간투자를 제외하고 국부펀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부펀드로 알려진 아부다비투자청(ADIA) 역시 원유수출을 기반으로 총 1.3조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인해 지난해 4분기 181억달러 상각손실을 입은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페트로달러의 부상에 따른 영향과 국내 함의'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한 오일머니의 영향력은 향후 5년간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 유가가 지속된다고 할 때 2012년이면 오일머니의 해외자산은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달러화가 초약세를 보이자 이로 인해 달러화를 기준통화로 사용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때문에 석유수출국의 흑자 규모가 늘어나 국부펀드 운용이 확대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상각손실을 입은 미국 금융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국제유가 기준통화를 유로화로 변경하는 것은 중동 산유국 및 미국 금융권에 추가적인 불편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점.
이 보고서는 "오일머니는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지난 2006년 세계 최대 순자금 유출원으로 등극하면서 점차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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