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IB가 승부처…너나없이 '총력전'
은행들, IB가 승부처…너나없이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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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통한 시너지 효과 등 특화전략 구사
보수적 문화 '걸림돌'…"성과급제 도입해야"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시중은행들이 IB부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중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으로 전통적인 예대업무만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된 은행들이 수익원 다각화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증권사 인수, 조직 개편, 인력 확충 등을 통해 IB 역량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인력부족 문제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銀, 공격적인 전략으로 IB부문 선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공격적으로 IB영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우리은행은 농협과 손잡고 해외IB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는 1/4분기 내에 홍콩우리투자은행에 2500만달러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농협 뿐만아니라 세계 유수 종합금융회사인 미국계 A그룹도 참여한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국내은행들이 해외 수익의 비중이 3%에 그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동시에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처럼 토종자본인 우리은행과 농협도 함께 해외 IB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이번 제휴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은행은 전 세계를 휩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 국내은행 중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채 담보부채권(CDO)에 투자했다가 무려 4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은 것. 그러나 우리은행 이 같은 손실를 교훈삼아 IB리스크심의회를 설치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IB영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대희 우리은행 IB본부장은 "우리은행 IB본부의 올 한해 수익목표는 1조원"이라며 "실패의 경험들이 오히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의 경우 올초 러시아 사할린 시정부 시정부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추진하는 경제개발 프로젝트에 금융주간사로서 참여하게 되는 등 기분좋은 첫 걸음을 시작했다.

■신한銀, CIB 구축 통해 2010년까지 1조원 달성
이휴원 신한은행 IB그룹 부행장은 지난 14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IB부문 강화를 위해 3년내 IB인력을 3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행장은 "파생상품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비롯한 IB부문 확대를 위해 현재 250명 수준의 관련 인력을 3년 안에 750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IB부문에서 5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신한은행은 2010년까지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2012년까지 전체 은행 수익에서 IB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40~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상업은행과 IB의 기능을 결합한 'CIB(Corporate and Investment Bank)' 구축을 2008년 중점 전략 중 하나로 잡고 이를 위해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한편 선진화된 IB 전산시스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체계적인 접근 방법과 시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 신한은행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객관계'를 이용한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것.
또한 신한은행은 그동안 신디케이트론, PF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파생상품을 결합한 구조화금융, 펀드 비즈니스, PI 등을 키울 계획이다.
 
■국민銀, 부동산 및 SOC 집중
최근 한누리투자증권(가칭 KB투자증권)을 인수한 국민은행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KB투자증권의 경영진을 구성하는 작업에 돌입한 상태이며 3개월 가량 내부 성장전략을 짠뒤 하반기 정도에 영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점이 한 곳도 없는 소형증권사이지만 IB업무에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한누리증권의 인수를 통해 IB부문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쌓은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금융 노하우를 성공적인 해외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손영환 국민은행 투자금융 본부장은 "국민은행은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에 있어 인력과 경험 등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SOC 금융 분야에서 우수한 실적들을 자랑하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행은 부산신항만 프로젝트 2-3단계 공사에서 6000억원의 금융주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외에도 인천대교,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주간사를 맡았다"며 "국내에서 쌓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ㆍ인도네시아 등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 본부장은 "또한  SOC와 관련한 펀드에 관심을 기울이며 금융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국민은행은 현재 한반도BTL펀드, 발해인프라펀드, 신재생에너지펀드, 국제물류펀드 등과 같은 사모펀드를 설립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銀, IB도 중소기업 특화로
기업은행은 이달 중 자본금 3천억원 규모의 'IBK투자증권(가칭)' 법인설립을 마치고 오는 6월 영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증권사 설립을 통해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 중소기업을 위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서 IB부문 강화까지 이뤄내는 '일석이조'의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것.
또한 기업은행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분투자를 통해 기업과 은행이 모두 WIN-WIN 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은 기업의 IPO나 M&A 등을 유도해 높은 수익을 얻고 기업의 경우 대출때 발생하는 이자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 여기에 기업은행이 기업들의 IPO에 참여하게 되면 기업의 투자의 신뢰성이 높아지며 은행법상 은행이 기업에 자본을 투자할 때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돼 있어 경영권 상실의 우려도 없다.
김기현 중소기업은행 IB본부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인 만큼 광범위한 중소기업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분야에 특화된 IB영역을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 M&A를 많이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전망이 밝다"며 "올해 200개 업체에 지분투자 형태의 PI를 시행할 예정이며 향후 2011년에는 2000여 업체로 확대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성과급제 시행 시급
시중은행의 IB담당자들을 만나면 똑같은 하소연을 들을 수 있다. 바로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것. 원래 있던 인원마저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 "임금체계가 경직된 은행이 성과급체제가 정착된 증권업계나 외국계은행과의 인력쟁탈전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금융회사의 투자은행업무 활성화 방안'이란 보고서에서는 IB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력과 국내외 네트워크 등과 함께 금융 전문인력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의 전문인력 비중이 8.9%에 불과해 금융허브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 51.3%, 홍콩 43.8%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보고서에서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충분한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 역시 인력확보를 위한 임금체계 손질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정규직을 일반직, 전문직, 특수직 등 3개 직군으로 구분하고 직무급제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직군에 따라 기본급과 성과급을 차별화한 것.
우리은행은 현재 성과급제를 도입하고는 있으며 신한은행은 팀 성과에 따른 '팀 인센티브'를 IB그룹에 한해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성과급 도입을 적극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급제가 아직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직원들의 반발로 성과에 따른 보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금융권의 한 임원은 "IB인력에 대한 성과급 논의과정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월급을 깎게 되는 것이냐고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분사가 효과적?
보수적 성격이 강한 은행 안에서의 IB강화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재 은행 IB가 겪고 있는 인력난도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평등주의가 지배하는 은행의 조직문화 안에서 성과급제 도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고급인력을 붙잡아두기 힘들 다는 것.
인력문제뿐만 아니라 보수성이 강한 은행문화에 IB업무 자체가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되도록 위험을 피하면서 고객의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은행 업무의 특성과 고수익을 올려주는 만큼 고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IB가 융화되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존 워커 한국맥쿼리그룹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에서도 상업은행이 IB부문을 하나의 부서로 유지하면서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IB부문을 완전히 분사하는게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IB부문을 분사 한 곳은 하나은행 한 곳.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선진IB의 경우 증권사에서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아 국내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아직 분사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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