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흔들리는 일본금융
[홍승희 칼럼] 흔들리는 일본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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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9일 일본 통화정책회의의 결론에서 제로금리 정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2월말 기준 일본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유액이 시가기준 약 49조엔에 달한 상태로 도쿄증시 1부 시가총액의 약 7% 수준에 달하는 규모로 ETF 운용방향이 일본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향후 일본 경제 동향과도 연동되므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 룰이 부활할 것인지도 관심사항이다. 1% 룰은 오전 장에서 주가가 1% 이상 하락하면 오후 장에서 일본은행이 매수에 나서 주가 급락을 방지하는 기능을 해왔던 일본 금융정책의 내재적 규칙이지만 한동안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완화정책을 점검 중인 일본 정책당국은 주가상승국면에서도 계속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주가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향후 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양적완화가 불가피한 일본 정부 입장에서 ETF펀드의 주가매수에 제약을 걸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채 발행으로 재정을 버텨내고 있는 일본의 정부 부채가 300%에 근접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채 대부분을 끌어안고 있는 일본은행의 운신폭은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제로금리 도입 후 5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현재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상승을 제어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국채금리도 2월 중 급등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일본 시장에서도 금리 상승이 뒤따라 나타난 것이어서 더더욱 일본은행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조만간 긴급국채매입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장기금리 목표치를 상향조정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그 결정이 오는 19일 회의에서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전망되기는 변동허용 폭을 현재의 상하 0.2%p에서 0.4%p까지 확대해 시장불안을 줄이고 금융권 수익성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 본다. 그러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이런 결정은 시장에서 통화긴축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는 채권 매도세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부를 수도 있어서 일본은행은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아베노믹스 이후 정부와 중앙은행 간에 긴장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에 끌려가기만 했던 일본은행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만 이제는 일본 정부도, 일본 은행도 한 구덩이에 같이 빠져버린 꼴이 됐다. 제로금리 정책으로 정부는 이자부담 없이 마구 돈을 찍어내며 재정을 확대해 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수의 두 배가 넘는 재정지출을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일본은 현재 그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팬데믹 상황 수습마저 뒤로 미루며 무리해서라도 도쿄올림픽을 치러야겠다는 일본정부의 집착도 단순한 아집이 아니라 이미 수습하기 벅찬 규모로 늘어난 정부 부채가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는 자신감으로 무작정 화폐발행을 늘려가면서도 인플레이션만 없다면 걱정할 게 없다고 자신만만했던 일본 정부가 최근 들어 확실히 그 기세가 꺾인 모양새를 보인다.

현재 일본의 경제실상을 보면 이미 제조업에서 퇴조를 보이고 있고 3차 산업은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으며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대공황이 오니마니 하는 불길한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이런 시점에서 부채는 국가든 개인이든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일본 정부 같은 경우는 특히 이미 쌓인 부채만으로도 경제위기에 한없이 취약해질 구조이지만 영세업체들이, 또 지역경제가 허물어지고 적자내는 대기업에 물린 금융업체들이 구석으로 내몰린다.

이쯤 되면 정부는 정치적 위기돌파를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벌일 것이지만 웬만해선 중앙은행이 중심을 잡아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미 정부와 일본은행은 하나의 주머니에 함께 손 넣고 있는 형국이라 쉽진 않아 보인다.

이웃나라 얘기가 아직은 남의 나라 소식이지만 우리의 큰 교역 상대이기도 한 만큼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따져볼 면이 많을 것이다. 경제전쟁으로 그나마 엮인 매듭 중 풀렸거나 끊어진 부분이 있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지 어떨지 머릿속을 시끄럽게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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