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일 해저터널을 뚫자고?
[홍승희 칼럼] 한일 해저터널을 뚫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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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건설 받고 한·일 해저터널을 추가 베팅했다고 해서 말이 많다. 이 제안을 부산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부산은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철도 연결계획의 종착도시다. 그런데 만약 한`일 해저터널이 부산과 오사카로 연결되면 부산은 물론 한국 전체가 유라시아 철도 연결에 따른 이익의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

물론 현재 불투명한 국제정세 및 한반도정세 속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철도 연결 사업이 언제 착수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미국 새로운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실히 드러나야 사업 전망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다 해도 미국이 동북아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한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정해나갈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바이든 정부 임기 중에 최소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한국이 팬데믹 시국을 거치며 세계 7위권 진입 운운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외교적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안별로 선택적 거래를 주고받음으로써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과거에 비해 좀 더 커지는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든 유라시아 철도가 부산까지 연결되고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되면 가덕도 신항만과 더불어 부산은 동아시아의 핵심적인 물류거점으로 성장할 모든 조건을 갖추게 된다. 그런 부산이 얻을 이익을 이러저러한 다양한 이유로 갈등 중인 일본과 나누자고 하는 얘기는 적어도 미래 세대들 대다수는 납득하지 못한다.

노년 세대 중에는 여전히 잘 살고 강한 나라 일본의 기억에 사로잡힌 이들이 많을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수탈의 경험을 직접 겪은 세대는 이미 90대 중후반에 이르러 사회적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고 그 이후 세대는 단지 윗대로부터 혹은 학교 교육을 통해서만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간접경험 했지만 그런대로 심정적 반일의 동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지난 경험보다 더 강렬했던 일본에 대한 심리적 위축은 오히려 전후 세대에게서 나타난다. 전전세대들이 반감을 가진 것이라면 전후세대들은 우리가 식민지와 6.25전쟁의 후유증으로 지독한 가난을 겪는 동안 한국전쟁을 발판으로 재기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저력에 주눅이 들었고 우리나라에 대해서 꽤나 자조적인 말들도 유행했었다.

아마도 나이든 세대라면 꽤 많이 기억하고 있을 사건 가운데 하나가 70년대 말 전 언론을 도배했던 ‘코끼리 밥통 사건’이 아닐까 싶다. 물론 주부단체 회원들이 단체로 일본을 여행했다는 데 대한 남성주의적 시각에서의 비난이 더해진 탓도 컸지만 동시에 우리가 기껏 밥통 하나 제대로 못 만들어서 이런 사단이 나게 했느냐는 자성의 소리도 나왔고 실제로도 그 이후 국내 가전산업이 기능이나 디자인 모두에서 빠르게 발전되는 계기가 됐었다.

반면에 청소년기에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세대 이후로는 그런 지난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도 별로 없고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도 꽤 높은 편이다. 물론 일본에서 생산되어 국내 일부 매체들을 통해 확산된 ‘헬조선’이라는 암울한 표현이 한 때 유행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젊은 세대들은 일본에 대해 이전 세대가 느꼈던 비참한 열패감은 없다.

적어도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경제공습만 없었다면 일본에 대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일본여행을 즐기고 일본제품을 거리낌 없이 사고 활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세대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내 것’에 대한 침해를 그 무엇보다 못견뎌한다는 것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그토록 확산되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반도체산업의 숨통을 조임으로써 ‘나’를 포함한 우리를 죽이려 했다는 데 대한 엄청난 분노였다. 자기 권리 지키기에 지난 어느 세대보다 민감한 요즘 젊은이들다운 반응이었다.

이런 젊은이들은 결코 우리 것을 속없이 다른 나라에 넘기는 꼴을 못 본다. 한·일 해저터널 건설은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주는 짓’이다. 인터넷 상에서 젊은이들이 난리치며 비난하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그런데 왜 한국의 자칭 보수라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일본 극우의 제국주의 부활 야욕에 그토록 충성하는 것인지 참 궁금하다. 꼭 의도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무언가 균형감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의심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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