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양산의 숨은 주범
신용불량자 양산의 숨은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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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금융협회 보고는 카드깡이 지난해 하반기에 크게 줄어들었다는 데 지난주 공중파 방송의 현장 사례보도에 따르면 카드깡이 연초부터 또다시 기승을 부린단다. 그것도 생활자금 부족에 몰린 40~50대 가정주부들이라니 그들은 거의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이어질 것이다.
상환능력도 없이 급한 마음에 빚부터 지고 보는 그 자세를 배짱이라고 해야 할지 삶의 벼랑 끝에서 나오는 발악이라고 해야 할지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혹여 차기정부의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이 얘기되면서 안심하고 카드빚을 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우려도 인다.
어떤 경우든 현재 우리 사회가 무언가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어느 쪽이든 고리는 일단 끊어줘야 한다. 문제는 한번 끊는다고 덫이 널려 있고 그 덫에 걸려드는 이들이 여전한데 과연 문제가 끝나겠느냐 하는 것이다.
카드깡을 하는 이들은 너무나 위험한 함정인 걸 뻔히 알만 한데도 불구하고 급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카드깡이 분명한 불법인줄 역시 잘 알 텐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급한 마음만으로 카드깡의 유혹에 무방비로 끌려간다.
차기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책을 가다듬고 있다고 이미 밝혀졌지만 현재까지 제안된 내용만으로는 일시적 사면 형태의 미봉책 밖에 안 보인다. 그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이 과연 무언가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극한까지 몰린 개별 가정의 생활고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그것도 이유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말 바닥까지 내려가 있는 이들은 카드 발급조차 받을 수 없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들은 오히려 그런 빚조차 얻기가 불가능하다. 빚을 얻을 수준에 있는 이들이 당장의 쪼들림을 견뎌내지 못하고 비싼 이자에도 불구하고 상환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덜컥 빚을 진다. 카드깡이 됐든 대부업체 대출이 됐든 어떤 고금리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카드깡과 같은 불법적 수단을 쓰는 데 주저함이 별로 없는 듯하다. 불법인지를 가려보는 조심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까짓 거 불법이면 대수냐”하는 식의 막무가내 돈 끌어 쓰기를 예사로 여기는 듯해 상황이 더 심각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묵은 관행에 의한 불법들을 하나 둘 들춰내는 과정에서 예전 같으면 문제 삼지 않았을 크고 작은 부정들이 줄줄이 드러나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앓아온 병증의 심각함을 반증했다. 덕분에 때로는 참 시시해 보이는 문제들까지 도마 위에 올라 사회는 늘 시끌벅적한 듯 보였다.
문제는 그것을 사회적 치료행위로 보기보다 문제제기를 하는 정권의 도덕성만을 의심하는 방향으로 비틀어 바라보는 시각이 여론을 주도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개선되어가는 모습을 보지 않고 무조건 “세상이 다 썩었다”는 식의 싸잡아 매도하기로 대중들의 도덕 불감증을 심화시켰다.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도덕을 가르치지 않고 제도교육마저 법치국가의 시민 양성을 포기한 듯하다. 아이들은 단지 지식저장고가 되길 강요당할 뿐이다. 저마다 아이들이 앞서 나가는 뿔이 되길 요구할 뿐 그 뿔이 돋아날 몸뚱이가 되고 팔·다리가 되길 용납하지 않는 획일화된 교육만 있을 뿐이다. 왕성한 홀몬 분비로 육체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춘기 아이들이 그 에너지를 쏟을 기회도 박탈당한 채 양계장 닭처럼 사육되는 현실에서 걷잡을 수 없이 폭력화해가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냥 시들지 않은 사실이 다행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이들을 교육정책이 고작 영어로 배우는 영어교육 수준이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참으로 어두워만 갈 뿐이다. 도덕도 알고 배려도 알고 무엇보다 ‘사람’을 바로 볼 줄 아는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낼 철학 있는 교육정책이 있고나서야 더불어 사는 사회의 중심이 제대로 잡힐 것이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불법한 돈에 목매다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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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라 2008-02-03 00:00:00
당신 누군지 글 한번 똑소리 나게 쓰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