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코로나19 위기 속 '쇄신' 의지
[CEO&뉴스] 신동빈 롯데 회장, 코로나19 위기 속 '쇄신'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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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

[서울파이낸스 장성윤 기자] "최선을 기대하며, 최악에 대비하라" 

19세기 영국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한 말로 최근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20 하반기 롯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인용한 문구다. 당시 신 회장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도 최선을 기대한다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표이사들을 격려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고 '최악에 대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적쇄신 행보다. 지난 8월 황각규 부회장을 퇴진시키는 등 때아닌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이동우 대표를 기용하면서 '신동빈 회장-송용덕 부회장-이동우 사장'으로 이어지는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뉴롯데' 실험에 나섰다. 롯데가 매년 연말에 임원 인사를 진행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 행보다. 특히 황 부회장은 1990년 신 회장이 상무로 부임하면서부터 인연을 맺어 그룹 내 '2인자'로 불릴 만큼 신 회장의 신임을 얻은 인물이다. 퇴임 당시 황 부회장은 "그룹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추석 연휴 전 임원 600명의 인사 평가를 접수하기도 했다. 평소 10월 말에 진행하던 인사 평가를 20여 일이나 앞당겨 진행한 것이다.

신 회장은 올해 초 2020 상반기 롯데 VCM에서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자"고 강조하며 "현재와 같은 변화 시대에 과거의 성공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또 "업무상의 낭비를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CEO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라며 조직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 지주는 지난달 인사에서 직원 중 일부를 롯데정밀화학, 롯데 캐피탈 등 계열사로 인사 조처하는 등 몸집을 줄였다. 

롯데는 신 회장의 혁신 주문 아래 그룹 전반 업무에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속도를 높이고 미래성장 동력 발굴 및 시장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편리한 택배 서비스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충청북도 진천군에 있는 초평 은암산업단지에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8만4000㎡, 지상 3층 규모의 택배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해당 터미널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택배 터미널로 2022년 완공 시 하루에 150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증강현실(AR)기술을 활용해 패션 소품을 가상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 '리얼 피팅'를 선보였다. 롯데그룹 계열의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비대면 시대를 맞아 지난 7월 서울 중구에 무인 편의점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점'을 열었다. 롯데정보통신, 롯데알미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롯데그룹 계열사 신기술을 적용해 설계했다. 

신 회장은 지난 5월 귀국 당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롯데 사업장들을 직접 방문하며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신 회장이 귀국한 지난 5월, 전 그룹사 대표이사 및 기획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과 후'라는 제목의 사내용 도서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8월 황 부회장의 퇴진 의사를 수용한 후 일본으로 출국해 머무르고 있다. 최근에는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기업인 왕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신 회장의 '셔틀 경영' 행보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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