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정리됐다면 제조업 노동생산성 1% 상승"
"한계기업 정리됐다면 제조업 노동생산성 1% 상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은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
표=한국은행
표=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벌어들인 수익으로 금융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이 제때 정리됐다면 전체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1% 넘게 상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송상윤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송 위원은 2010∼2018년 기업활동조사 제조업 부문에 속한 기업 7만6753곳(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원 이상)의 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비중과 노동생산성을 살펴봤다.

보고서에서 한계기업은 연달아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면서(이자보상배율 1 미만) 업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으로 정의했다.

이 가운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간이 3년이면 신규한계기업(한계기업 1년차), 4년 이상이면 만성한계기업(한계기업 2년차 이상)으로 나눴다.

기업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계기업 비중은 2010년 7.4%에서 2018년 9.5%로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 기준 한계기업 비중은 3.4%에서 4.2%로 커졌다.

기업 수 기준 한계기업의 비중이 커진 것은 수익성이 낮은 만성한계기업의 증가 영향이 컸다. 만성한계기업의 비중은 2010년 4.2%에서 2018년 5.8%로 1.6%포인트 늘어 신규한계기업(3.2%→3.7%)보다 증가 폭이 컸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1.03에서 -2.4로 떨어졌다. 송 위원은 "수익성이 낮은 한계기업이 출현하고, 기존 한계기업의 퇴출이 부진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 기간 중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1인당 실질부가가치)은 정상기업 대비 평균 48%에 불과했다.

정상기업 대비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은 2010년 50.3%에서 2018년 44.9%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특히 만성한계기업이 정상기업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신규한계기업은 정상기업의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만성한계기업이 생산성이 높은 정상기업으로의 자원 이동을 제약(자원의 비효율적 배분)해 이들의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분석 대상 기간 중 만성한계기업 비중의 최소값을 산출한 뒤 이 비중이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정상기업의 유형자산증가율, 고용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0.5%p, 0.42%p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노동생산성은 1.01% 상승했다.

노동생산성 상승 정도는 산업에 따라 0.14∼3.61%로 크게 차이 났다.

고무 및 플라스틱 제조업(0.17%),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0.32%), 식음료 제조업(0.38%) 등은 상승 폭이 작았다. 이에 비해 비금속 광물 제조업(3.61%), 섬유 제조업(3.53%), 전기장비 제조업(3.1%) 등의 산업은 노동생산성 상승 정도가 컸다.

송 위원은 "한계기업 지속 기간 등에 따라 한계기업의 노동생산성 등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등의 정책을 수행할 때 한계기업의 속성에 따라 그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