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 기대 못한다···"저신용 회사채 신속 지원해야"
'낙수효과' 기대 못한다···"저신용 회사채 신속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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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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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재계가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회사채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가 그간 주를 이뤘지만, 저신용 회사채는 만기 도래에 대응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1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상위 등급 회사채의 신용여건 개선이 하위등급에도 긍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수효과' 기대와 달리, 오히려 A등급 이하 저신용 채권으로 인한 전체 시장의 훼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정부의 채권시장 지원으로 인해 AAA등급의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가 축소됐으며 이는 AA등급을 비롯한 하위 등급의 회사채까지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인 스프레드가 축소된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의 신용리스크가 낮아졌다는 긍정적 신호를 뜻한다. 

특히 3월말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거의 매달 회사채 시장 지원 정책이 나오면서 상위등급 회사채부터 하위 등급으로까지 신용이 개선되는 낙수효과가 점쳐졌다. 

그러나 재계는 6월에 이어 오는 9월에도 회사채 만기가 몰리는데다, 특히 저신용 회사채 만기가 집중된 만큼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기업어음(CP)·단기사채 매입 기구인 특수목적기구(SPV)의 조속한 출범을 촉구했다. 

지난달 정부가 ‘저신용등급 회사채·CP·단기사채를 매입하는 SPV 설립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재원 조달에 필요한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출범과 가동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대한상의는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담보부증권(P-CBO) 발행 지원 조치는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비우량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선·항공·해운 등 기간산업 기업들의 저신용등급 회사채가 시장에 많은 상황에서 지원 범위를 저신용 등급으로 확대하는 조치는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신용 등급 기업은 회사채·CP뿐 아니라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항공업체는 "항공기 90%가 운항 중지돼 현금 유입이 사실상 멈춘 상태"라며 "SPV가 가동되기 전 ‘자금 보릿고개’가 예상된다"고 했다.

해운업체 역시 "코로나 여파로 물동량이 감소한 데다 운임마저 낮아 급한대로 노후선대 10여척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저신용 등급 회사채는 6월과 9월, 53%(2조5000억원)가 집중돼 있다.

특히 6월에는 기업의 상반기 말 결제자금 수요, 금융회사의 분기말 건전성 평가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 매출 감소와 경기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여유자금 확보 등으로 기업의 자금수요는 2분기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기업의 자금사정을 보여주는 지표인 기업 자금사정BSI는 11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뿐아니라 9월에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하반기 한층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6월(3조2078억원), 7월(3조6521억원), 8월(3조4935억원) 등 월별 3조원대 중반의 규모와 비교해 9월에는 6조4753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9월에만 다른 달의 두배 규모다.

이를 감안하면 상위등급으로부터 하위등급으로의 '낙수효과'를 기대 하기보다는, 저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단행함으로써 투자심리를 한층 더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6월 중 자금수요가 몰린 기업들에 실질적인 금융지원 효과를 내려면 SPV 출범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필요한 조치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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