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고질병 '토사구팽'
IT업계 고질병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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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이 있다. 토끼 사냥이 끝나 사냥개가 필요없어 지자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사자성어다. 필요할 때 이용해 먹고 필요성이 사라지면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 이상균 기자 © 서울파이낸스

금융권의 IT인력 몸값이 상종가다. 은행과 보험, 증권을 막론하고 저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개발 인력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여부는 양질의 개발 인력을 얼마나 확보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버와 스토리지 같은 HW와 DB, CRM, 리스크관리 등 SW의 질보다도 오히려 더 높게 평가받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이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렇게 상종가를 치고 있는 IT인력의 몸값에 대해 정작 당사자들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7년전 증권가에 이와 비슷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사들이 한국증권전산(현 코스콤)으로부터 원장을 이관하면서 대규모 IT수요가 발생했다. 지금처럼 당시에도 IT인력의 몸값은 상종가를 쳤다. 하지만 특수가 끝나자, 바람 빠진 풍선마냥 이들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들었고, 대부분 증권가를 떠나고 말았다. 이처럼, IT인력들은 필요할 때 애타게 찾다가 필요성이 사라지자 거리낌 없이 구조조정을 당해야 했던 아픈 기억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특수 또한 차세대가 끝나면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몸값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개발업체에게 전달되는 돈이 적게는 2단계에서 많게는 4단계의 하도급업체 및 협력업체를 거치기 때문이다. 증권IT 경험이 있는 3년 경력의 자바 개발자 몸값은 현재 연봉 6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하지만 1차 업체에서 1000만원, 2차 업체에서 400만원, 3차 업체에서 200만원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으로 쥐게 되는 돈은 440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몸값이 떨어지게 되면 자연히 채용인력의 수준이 떨어짐은 물론 의욕도 저하된다. 이들이 구축하게 될 차세대 시스템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몸값 한번 아껴 보려다 반복되는 시스템 정지로 수백억원의 손해와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인 금융권은 지금 저마다 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계획만 잡아놓은 채 첫 삽도 뜨지 못하는 프로젝트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현재의 이런 인력부족을 초래한 것이 과연 누구일까? IT인력들은 금융사에 떠밀려 나간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금융사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고 싶다. 차세대 구축 이후에도 IT인력의 고용을 보장하고, SI업체의 참여를 지양해 직접 개발업체를 챙기라고. 좁은 금융IT 시장에 이런 회사가 하나라도 생긴다면 아마도 그 해당사는 인력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구축한 시스템의 품질이 올라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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