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증시의 전망
MB 증시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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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를 반겼을 법한 증권시장이 웬일인지 영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악재를 얘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상 미국 기업들의 실적 호전 등으로 오히려 시장 환경은 활력을 받아야 마땅할 성싶다. 장기적 시장 전망이 하필 새로운 정권의 탄생에 맞춰 갑자기 악화된 것도 아닌데 어떻든 시장이 보이고 있는 반응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앞둔 증권시장 전망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보수정부는 친시장적이라는 믿음 때문일 터이다. 보수=친시장적 선성장주의, 진보=시장 규제적 분배우선주의라는 등식이 근래 들어 세계 각국에서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닐지라도 웬만큼 그런 경향성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한국사회는 소위 진보 개혁정권들이 들어섰던 지난 10년간에도 과연 시장 규제적이었는지, 분배우선주의였는지 애매하긴 하다. 앞선 5년은 IMF체제를 벗어나기에 급급했고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단순히 독재의 틀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수준에서 약간의 제도적 손질에 그친 것은 아닌지 앞으로도 장기간 별도의 분석이 필요한 과제일 성싶은 사안이다.
어떻든 우리 사회는 이번에 확실하게 보수를 선택했다. 언론들도 연일 시장에 승전보를 전하며 함께 춤추라고 독려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민족문제라든가, 국제관계라든가 하는 데서는 상당 부분 과거로의 회귀를 촉구하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새 정권의 특성상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경제, 시장이다. 어느 매체에선가는 벌써 증시에 영향력이 큰 MB 공약을 선점하라고 선동한다. 굳이 그런 선동적 기사가 아니더라도 이미 시장에서는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말이다.
법인세 인하로 주가수익률이 얼마나 낮아질지를 점치고 작은 정부를 추구하며 민영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은행주 등을 들먹인다. 금산분리정책의 완화를 예상하며 산업자본의 유입에 따른 효과에 미리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그런 언론의 기대가 아니어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親재벌정책의 부활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여 한편에서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큰 걱정들을 한다. 더욱이 내년 2008년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 시행되며 금융업종간 장벽이 빠르게 사라져 갈 전망이다. 이미 증권사, 보험사 등을 소유하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온 재벌들에게 더 큰 날개를 달아준다면 한국 사회가 어떤 모양새를 갖게 될지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그저 각 분야별 전문화가 웬만큼 정착됐다고 자부해온 한국 사회의 강화된 역량을 믿어볼 수밖에 없지만 아직은 과히 미덥질 못하다.
현재 시장이 기대하듯 금융업에 산업자본이 몰려들면 금융업 자체의 성장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내 자본역량이 지나치게 금융업으로 쏠릴 경우 새 정부가 기대하는, 또는 기대해야 마땅한 산업 활성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각 산업부문의 신규투자가 대폭 늘어야 새 정부에 몰표를 준 민심이 요구하는 많은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영세사업자들까지 경제지표상 이룩된 성장의 실질적 혜택을 누릴 텐데 걱정이다. 지난 5년간도 지표상 성장은 분명 일어났지만 국민 대중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고 그래서 폭발적 지지를 받으며 탄생된 새 정권이 아닌가.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일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증권시장엘 들러 2008년 종합주가지수 3000포인트를 약속했다. 만약 그 약속대로 된다면 지금 나오는 그림만으로 봐서는 아마도 금융주만으로 종합주가지수를 60%나 끌어올리는 매우 기형적인 시장 모양새가 나올 법하다. 설마라는 말은 함부로 할 게 아니지만 2008년 세계경제전망도 밝지 못한 데 금융시장에서 건질 게 많은 자본들이 과연 새로운 산업에 얼마나 투자하려고 나설지 그게 녹록해 보이질 않아서 시절에 맞지도 않는 걱정을 사서하고 있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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