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리뛰자 '금리상한대출' 슬그머니 '없던 일'?
은행들, 금리뛰자 '금리상한대출' 슬그머니 '없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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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출시 시기 연기하거나 보류..."수익성만 좇는다" 비판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은행들이 금리상대출 도입을 놓고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금리상한대출 출시를 검토하던 은행들이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급등에 따라 향후 금리예측에 부담을 느끼고 상품 출시를 속속 연기하거나 보류하고 있는 것.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CD금리 급등으로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금리확정상품에 몰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가운데, 은행들의 금리상한대출 출시도 늦어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상승세에 따른 금융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1일 판매되기 시작한 신한은행의 '금리확정 모기지론'의 판매실적은 20일 현재 3천억원을훌쩍 넘어 섰다. 이 상품은 만기에 따라 최저 연 6.1%에서 최고 연 6.55%의 금리를 적용하는 장기대출상품. CD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이번 달 들어 찾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지는 않지만 CD금리가 하락할 때 1%포인트 한도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도 5월 출시 이후 하반기에만 7천억원 넘게 팔리면서, 20일 현재 1조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머지 은행들이 관련상품을 검토하다가, 우물쭈물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이번달 중 금리상한대출이나 고정금리대출 상품 출시를 계획햇었으나, CD 금리 급등세에 부담을 느껴 상품 출시를 연기하거나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금리상한대출과 '30년짜리 장기 고정금리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향후 금리예측이 어렵게 되자 일단 출시 시기를 미뤘다. 자칫 섣부른 판단으로 초장기상품을 출시했다가 '애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물론, 대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출시를 미루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농협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농협은 이르면 이달 중 설정기간에 따라 금리상승폭이 일정 수준으로 제한되는 '금리안심론'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농협도 최근 시장상황이 불안하다고 판단, 출시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품을 다 만들어 놓고 출시시기만 미루고 있는 것인데, 현재의 금리 추세라면 올해안에 출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달 중 금리상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던 기업은행은 출시 시기를 아예 내년 초로 연기했다. 

이에, 은행들이 금리상승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금리상승의 위험을 줄여주기 위한 취지인 금리상한대출상품 출시를 연기하는 것은, 금융의 공공성을 무시한 지나치게 수익성을 의식한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 등 '재테크'에 밝은 일부 소비자들은 은행들이 언론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상품출시 계획을 제시했다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것은 금융회사로서의 바람직한 영업태도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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