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리포트] '꼬여버린' RPS 제도···개선 뱡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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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규모별 시장 분리···"경매시장과 FIT시장으로 통합"
지난 8일 서울 강남엘타워에서 열린 'RPS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토론회.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8일 서울 강남엘타워에서 열린 'RPS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토론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8년째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제도에 대해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RPS는 500MW 이상 석탄·원자력·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보유한 발전사에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을 할당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는 제도다. 재생에너지 보급은 높였지만 재생에너지인증서(REC) 가격 폭락, 발전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 등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면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 끝없이 추락하는 REC 가격

신·재생에너지 보급 핵심인 RPS는 에너지별 기술경쟁을 유도하고 보급 가격의 하락을 유인한다. 2002~2011년 고정가격구매제 형태인 발전차액지원제(FIT) 시행 후 2012년부터는 발전공기업을 대상으로 RPS 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6개 발전자회사와 SK E&S를 비롯한 민간발전사업자 등 21개 대형발전사들은 총발전량의 6%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공급해야 한다. 해당 기준은 2023년에는 10%로 확대될 방침이다. 

RPS 공급의무사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만들거나 태양광 등 다른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의무량을 채워야 한다. REC 거래는 RPS 시장에서 이뤄진다. RPS 시장은 크게 현물시장과 계약시장으로 나뉘며, 이중 계약시장은 수의계약과 자체입찰, 장기고정계약, 한국형FIT로 구성된다. 

REC는 발전사 입장에서는 수익원 중 하나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한 전력은 한국전력에, REC는 RPS 공급의무사에 파는 형태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문제는 최근 REC 가격이 폭락했다는 점이다. REC 매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재생에너지 시장이 위축되고, 에너지전환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RPS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REC 가격 안정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량과 공급량이 역전되면서 REC 가격 하락이 시작됐고, 최근 3년간 66.3%나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12만원대였던 REC는 6만원대로 반토막났다가 최근에는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급의무량은 2370만REC 수준인데 공급량은 2700만으로 집계됐다. 초과공급이 폭락 원인 중 한 가지로 지목됐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시 2020년부터는 가격 폭락을 넘어 판매 포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8일 열린 'RPS 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자체계약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수의계약이 진행되면서 경쟁과 비용절감 유인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만 경쟁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단일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수급불균형이 쉽게 발생할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가중치를 설정한다고 해도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 현물 가격이 높게 유지되면서 불확실성 문제가 가려졌지만 최근 가격이 폭락하면서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제 REC 발급량 가운데 바이오 혼소 비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바이오 혼소는 석탄 화력발전에 우드팰릿 등 바이오에너지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RPS 의무이행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REC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발전소에 바이오 혼소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어야 하지만 보급이 쉽다는 이유로 대형발전사들이 바이오 혼소에 몰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바이오 설비용량은 23.1%로 2위에 머물렀지만 REC 발급량은 33%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반면 태양광의 경우 설비용량은 51.3%, REC 발급량은 29.9%로 집계됐다.

조기선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당초 RPS를 설계했을 때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풍력발전인데 이 자리를 바이오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RPS 공급의무량을 결정할 때 에너지원별 포트폴리오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합리성을 따져본 후 바이오매스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간에 바이오 비중을 줄이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의무량 평가기간을 늘리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장기고정가격계약 경매시장 단일화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RPS 개선 대책으로 장기고정가격계약 시장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규모 발전사업자와 중규모, 소규모사업자를 분리해 경매시장과 FIT시장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것. 현물시장과 자체계약시장을 축소해나가는 한편 경매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조 실장은 "현재 100kW 미만 소규모 태양광사업자 수는 전체의 82%나 되지만 REC 발급량은 11%에 불과하다"면서 "소규모 사업자의 과다 경쟁을 막기 위해 현행 한국형 FIT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잡한 가중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가중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3년마다 가중치가 재검토되면서 시장은 큰 주기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되고, 잦은 가중치 변경은 REC 가격 등을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도 "복잡한 가중치 체계에서 비롯된 문제가 많다"면서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서는 한국형 FIT 제도를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영재 신재생에너지협회 팀장은 "정책이 공급과 수요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같은 상황을 벗어난 것"이라면서 "급전이 가능하도록 전력시장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재생에너지 간헐성 극복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REC 수급불균형에 대한 근본 대책은 연도별 공급의무량 비율을 상향하고, 태양광과 비(非)태양광 REC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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