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신화' 증권에선 안 먹히나...흔들리는 '황영기論'
'삼성신화' 증권에선 안 먹히나...흔들리는 '황영기論'
  • 임상연
  • 승인 2003.08.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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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악재로 수익구조 개선 등 성과 총평 글쎄요
여건 탓, 가야 할 길 동정론에도 시장 평가 냉혹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삼성은 그 동안 국내 산업 각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주도해왔다. 주변여건이나 업종 특성 때문에 어려워 보이는 개혁과제들도 대부분 성공적 결실을 거둬 그 산업이나 업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공헌한 적이 많다. 보험 등 금융산업에서도 質경영, 신경영등 남들이 섣불리 하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들을 거뜬히 해 냄으로써 해당업종의 리딩컴퍼니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렇다면 증권분야는 어떨까. 역시 삼성은 증권에서도 남들보다 빨리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고객중심의 정도영업”, “천수답 영업구조 타파”, “선진화된 종합증권사 변신”으로 대변되는 현 삼성증권 사장이 주창한 ‘황영기論’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황 사장의 시도는 현실적으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황영기 사장의 진두지휘아래 삼성증권은 약정경쟁을 중단하고 대대적으로 조직 및 영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시황산업’이라는 특수성에 힘겨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역시 믿을 건 약정밖에 없다”는 탄식성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또 국내 증시에 성숙된 투자문화가 정착되기 전에는 황영기論이 자칫 이상에 지나지 않는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삼성이 하면 된다?”

지난 2001년 6월 취임이후 황영기 사장은 줄곧 정도경영과 종합자산관리 위주의 영업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황 사장은 “금융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국내 증권사도 수탁수수료 중심의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선진화된 금융사로 거듭나야만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과 맞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맞게 대대적으로 조직과 영업구조를 개편해 나갔다.

천수답식 영업구조 속에서 허덕이던 증권업계는 황 사장의 선언에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보냈다. 삼성증권의 변화가 증권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 줄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것. 대형증권사들이 삼성증권의 변화에 잇따라 동참, 박자를 맞췄던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골머리를 앓던 정부당국도 이런 삼성증권의 변화를 적극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증권사 한 고위관계자는 “정도영업, 수탁수수료 중심의 영업구조 타파 등은 모든 증권사 사장이 그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지만 실상 국내 증시의 특성상 몸으로 실천할 수 없었다”며 “삼성증권의 적극적인 변신이 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것도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황 사장의 선언을 의심하거나 시샘했던 목소리도 많았다. ‘정도경영’, ‘영업구조 개선’등은 증권사 대표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던 레파토리였고 현실적으로도 변화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성과 평가는 ‘글쎄요’

지지와 관심, 의심과 시샘속에서 2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삼성증권은 표면상 특별한 변화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성과를 말하기엔 짧은 기간이라지만 삼성증권이 내놓은 성적표가 기대이하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례로 지난 1/4분기 삼성증권의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영업구조 개편 이후 주력했던 자산관리 영업은 SKG 카드채 사태로 판매고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퇴색된 모습이다. 1분기(4∼6월) 삼성증권의 수익증권 취급수수료는 239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비해 26.6%, 전년 동기 대비로는 42%나 급감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25조원이 넘었던 판매고가 올 3월 SKG 카드채 사태로 22조원대로 급락했기 때문. 또한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펀드의 평균 수수료율이 하락한 것도 이 부문 실적부진에 한 몫했다.

자산관리 영업과 함께 삼성증권이 주력했던 기업금융 부문도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마찬가지. 1분기 삼성증권의 인수주선수수료는 전년동기대비 19.8% 증가한 13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카드채 사태 이후 삼성카드 등 신용카드사들의 전환사채(CB)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급증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PO의 경우 삼성증권은 전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한 건의 실적도 기록하지 못했다.

자산관리 영업과 기업금융 부문이 저조하거나 지지부진한 데 반해 수탁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42.7%나 증가한 89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 자료에 따르면 위탁 부문 시장점유율은 0.2%포인트 증가한 9%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정경쟁 중단, 위탁영업조직의 대대적인 축소 및 개편으로 다소 주춤했던 수탁수수료 실적이 오히려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부문별 실적 비율을 보면 수탁수수료 부문 52%, 자산관리 부문 14%, 투자은행 부문 8%, 자산운용 부문 6%, 기타 20% 순이다. 수탁수수료 부문은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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