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야금야금' 오르는 기름값···주유소들은 눈치 싸움 중 
[르포] '야금야금' 오르는 기름값···주유소들은 눈치 싸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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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소비자 체감은 '반반'
일부는 유류세 인하 종료 상승폭보다 더 올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지난 10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인하됐던 유류세가 지난 1일부터 정상 세율로 돌아왔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과 서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6일부터는 유류세율을 15%, 올해 5월 7일부터 8월 말까지는 7% 인하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 후 휘발유는 L당 최대 58원, 경유는 41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류세 환원 후 국내 기름값도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이 공격을 받으면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유류세 인하 종료와 사우디 사태가 맞물린 셈이다. 당장은 국내 영향이 없더라도 2~3주 후에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가 다시 소폭 상승 추세를 보였던 20일 서울 영등포역 인근 주유소들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였다. 

영등포구 내 휘발유 기준 가장 저렴한 가격은 1519원으로, 이날 오전 기준 9개 주유소의 가격이 동일했다. 영등포역 기준 차량으로 약 1.5km 떨어진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는 L당 휘발유 1519원, 경유 1399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주유소는 지난달 31일까지 휘발유 1499원, 경유 1389원을 받다가 유류세 인하 종료 후인 1일부터는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5원, 10원 올렸다. 해당 가격을 지난 3일까지 유지하다가 4일부터는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17일부터 휘발유는 당초보다 20원 상승한 1519원, 경유는 1399원으로 10원 올렸다. 

해당 주유소 직원은 "지난달 31일과 유류세 인하가 종료된 1일, 그리고 현재까지 소비자 방문 빈도나 매출 추이를 봤을 때 크게 차이가 없다"면서 "다른 곳에 비해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고 말했다. 주유소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차량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유기는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9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GS칼텍스 주유소도 기름값이 저렴한 편이었다. 이 주유소는 GSE&R 직영으로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유류세 인하 종료 후인 10일까지 휘발유 가격은 1499원, 경유는 1379원을 유지했다. 11일부터 휘발유는 1519원에, 경유는 1399원에 판매하다가 이날부터 휘발유 1539원, 경유 1409원으로 조정했다. 휘발유는 40원, 경유는 30원씩 올랐다. 

주유소 관계자는 "지난달 말과 최근 소비자 방문 빈도는 비슷하다"면서 "또 추석 연휴가 있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종료 등 이슈가 반영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저렴하다고 소문난 이 주유소에는 쉴새없이 차량이 몰려들고 있었다. 

GS 주유소와 약 500m 거리에 위치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에서는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유류세 인하 종료에 따른 상승폭이 당초 예상 최대치보다 높은 휘발유 61원, 경유는 70원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의 경우 3원이, 경유는 무려 29원이 더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오피넷
자료=오피넷

해당 주유소에서는 지난달 31일까지 휘발유는 1508원, 경유는 1359원에 판매하다가 1일에는 오히려 가격을 내렸다. 이후 3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30원, 20원 올린 후 상승과 하락을 지속 반복했다. 이날 휘발유 가격은 1569원, 경유는 1429원으로 집계됐다. 가격 변동 폭이 다른 곳에 비해 빈번하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추후 주변 상황에 따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1Km 반경에 있는 GS칼텍스 직영주유소도 유류세 인하 종료에 따른 세율이 가격에 거의 반영됐다. 지난달 31일에는 휘발유 1502원, 경유 1377원이었지만 이날부터 휘발유는 50원 오른 1552원, 경유는 31원 오른 1408원에 판매됐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인근 주유소 중 한 곳이 어제까지는 휘발유 1519원에 판매하다가 오늘 가격을 좀 올렸더라"면서 "오전 8~9시에는 차량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한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소비자들은 기름값 상승 체감 여부에 대한 반응이 확실하게 갈렸다. 평소 오피넷 검색을 통해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는 소비자는 유류세 인하 종료 시점 등 가격 변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반면 관심이 없는 이들은 "유류세가 인하된 적이 있었냐", "여기가 저렴한 곳이냐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등포구에서 거주 중인 문진호씨는 "현재 기름값이 10~20원씩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체감이 안될 수가 없다. 항상 가격이 내려갈 때는 천천히 내려가지만 올라갈 때는 빨리 오르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서 "당분간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재인하 방안이 일정 부분 도움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단형 차량을 소유한 한 소비자도 "인하 종료 전 1400원대 주유소를 찾아서 휘발유를 가득 채웠다"면서 "주위에서는 기름값 더 오르면 어쩌냐고 난리"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대비 전국 휘발유 가격은 L당 36.53원, 경유는 29.12원 올랐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자체 비축유를 풀어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석유 제품 가격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국내에 반영되는 시간차를 고려해 다음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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