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프리카돼지열병 보도, 너무 하다고요?
[기자수첩] 아프리카돼지열병 보도, 너무 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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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돼지 1억 마리를 살처분하게 만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 상륙했다.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작년 8월인데, 4개월 만에 31개 행정구역을 초토화시킨 탓에 돼지고깃값이 치솟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만 생기는 전염병이다. 감염되면 발열이나 전신에 출혈성 병변을 일으킨다. 특히 치사율이 높다. 국내에선 제1종 법정감염병으로 현재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태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에겐 치명적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7일 경기 파주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튿날 연천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왔다. 20일 다시 파주 농장 2곳에서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으니,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대륙에서 4개월 만에 퍼졌으니, 국내에선 더 빠를 가능성이 크다. 

언론은 당연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심각성에 대해 보도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인근 나라인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북한, 라오스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그 만큼 파급력이 커 무게감 있는 보도가 당연했다. 

그런데 한돈(한국 돼지) 관련 단체에서 언론 보도가 혐오스럽다며 비난했다. 살처분 장면 노출 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관련 업계 타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2011년 구제역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환경 재앙, 살처분 영상' 등 자극적인 표현과 가축이 매몰되는 모습이 여과없이 보도돼 소비 기피 심리가 퍼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비난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보도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였는지 곱씹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살처분이 유일한 확산 방지 방법이다. 국내 유입 경로조차 모르기에 속수무책 퍼지고 있다. 정부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입장이다. 

이런 시점에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다. 아름다운 보도만 필요한 게 아니다. 다소 혐오스럽더라도 필요하면 알려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보도가 소비자들에게 돼지고기 소비 기피 심리를 심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은 언론 탓이 아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된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이는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였다. 한돈농가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내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같은 문제는 장기화 방지를 위해서라도 공유돼야 한다. 다소 혐오스럽고 보기 거북하더라도 사실을 알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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