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리없이' 재생에너지 산업 이끄는 탐라해상풍력발전
[르포] '소리없이' 재생에너지 산업 이끄는 탐라해상풍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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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방문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제주 한경면 두모리에 위치한 탐라해상풍력은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진=김혜경 기자)
지난 16일 방문한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이제 배를 잠시 멈추겠습니다. 블레이더(날개) 회전 소리가 나는지 들어보세요"

풍력발전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함축된다. 첫 번째는 산지, 두 번째는 소음이다. 강원도 대관령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풍력발전소다. 풀을 뜯고 있는 양떼 사이로 하늘높이 솟은 하얀 날개가 움직이는 풍경은 목가적이다. 호기심에 발전기 가까이 다가갔다가 '휙휙' 들리는 기계음에 이질성을 느끼고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지난 16일 방문한 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이같은 편견을 단번에 깼다. 파도조차 잠잠한 이날 적막을 깨는 유일한 요소는 탑승한 배의 모터 소리였다.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제주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총 10개의 풍력발전기가 제주 한경면 두모리에서 금동리 해역에 일렬로 늘어서있다. 창밖으로 하얀 기둥들이 보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드문드문 떨어진 민가 뒤쪽으로 미니어처 크기의 풍력터빈이 눈에 들어왔다. 발전기 근처로 접근 가능한 육상풍력과는 달리 해상풍력은 직접 배를 타고 가보지 않는 이상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발전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육상과는 달리 정돈된 느낌도 받았다. 

목적지 부근에 다다르자 인가 뒤쪽으로 풍력터빈들이 보인다. (사진=김혜경 기자)
목적지 인근에 다다르자 민가 뒤쪽으로 풍력터빈이 보였다. (사진=김혜경 기자)

풍력발전이란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3개의 블레이드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증속기(기어박스)와 발전기를 통해 변전소로 보내진다. 탐라해상풍력의 경우 10km 떨어진 한림변전소에서 계통 연결이 이뤄진다. 이날 본부 건물에서 만난 김동명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해상풍력은 육상풍력에 비해서 효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파도의 영향으로 소음도 거의 없다"면서 "부지에 맞춰서 발전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계획을 세워 주변 경관을 보기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육상풍력이 기기 설치를 위해 산악지대에 도로를 만들거나 소음 발생, 대형기기 운송 문제 등 제한된 부분이 있다면 해상풍력의 경우 이같은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대용량화와 부유식 기술 개발 등으로 재생에너지는 용량이 작다는 편견을 극복할 수도 있다. 육상풍력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해상풍력인 셈이다. 

정부의 3020 신·재생에너지 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총 63.8GW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필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이중 54.2GW를 풍력과 태양광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며, 2030년까지 16.5GW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추가 건설한다. 특히 13GW는 해상풍력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탐라해상풍력의 운영사는 한국남동발전이며, 사업은 2011년 6월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 탐라해상풍력발전이 맡고있다. 두산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3MW급 발전기 10기를 공급했고, 2015년 착공돼 2017년 9월에 완공됐다. 발전단지 규모는 30MW다. 제주도민 2만5000여가구에서 연간 사용할 수 있는 8만5000MWh를 생산할 수 있고, 이는 제주 전체 전력의 약 3%를 차지한다. 

주민수용성은 발전소 입지 주요 변수다. 탐라해상풍력의 경우 2006년 사업 승인은 받았지만 해상 조업 피해를 우려한 주민 반대로 10년 동안 정체됐다. 그러나 2015년 2월 남동발전이 포스코에너지로부터 지분 매입 후 사업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해상풍력은 국내에는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 막연한 두려움이 많았지만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 부분이 주효했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특히 가장 민감했던 어족 자원 감소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현재 발전소 예방정비기간에 시설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도 함께 점검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계절마다 주변 해역의 어족 자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해저케이블 주변이 어초 역할을 해 원래는 없었던 산호와 감태 등이 생기는 등 오히려 해양 자원은 풍부해졌다"면서 "소라와 해삼, 멍게 등 생업 자원의 경우도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 전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목표치를 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해안을 따라 숙박시설과 식당 등 편의시설도 들어섰다. 

배를 타고 해상에 있는 발전기 근처로 이동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터빈 상부 블레이드와 나셀. (사진=김혜경 기자)
풍력발전기 상부 블레이드와 블레이드 뒷면의 나셀. (사진=김혜경 기자)

터빈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소형 보트를 타고 해상으로 나가봤다. 어선으로 추정되는 선박 한 척이 자켓(발전기 하부) 근처에서 한창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발전기 근처로 접근하자 육상풍력과의 차이를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특유의 발전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는 것. 44m 크기의 블레이드는 열심히 돌고 있었지만 이날 잠잠한 파도 덕분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소음 유무에 대한 판단이 가능했다. 

동일한 풍력 기기라도 육상보다 해상 기기가 2.5배 정도 건설비가 높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지만 해상에 건설하는 이유는 발전 이용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먼 바다로 나갈수록 바람의 질이 좋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탐라해상풍력을 비롯해 '고정식' 해상풍력은 일반적으로 수심 50m 까지만 건설이 가능하다. 해저에 고정 장치인 자켓이 존재하면 고정식, 자켓 설비없이 배 위에 발전기를 올려두는 형태는 '부유식'으로 분류된다. 후자의 경우 수심이 훨씬 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바다 위 변전소도 필요하다. 

현재 울산 앞바다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보완해야 할 숙제다. 김 본부장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는 최적의 해상풍력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인허가가 완화된다는 조건 하에 부유식 기술까지 발전한다면 향후 도내 1GW 규모의 풍력발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덴마크의 세계 1위 풍력발전기 업체 '베스타스(Vestas)'는 장난감 브랜드 '레고(Lego)'와 협업해 풍력발전을 테마로 한 조립 제품을 내놨다. 완성품의 높이는 1m에 달하며 모터가 내장돼 스위치를 누르면 블레이드가 회전한다. 현재 출시된 모델은 외부의 바람이 아닌 내부 전력 공급으로 블레이드가 돌기 때문에 실제 풍력발전이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와는 완전 반대다. 단순히 모양만 흉내낸 셈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향후 베스타스와 레고가 실제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 장난감을 출시했을 때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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