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신氏 영장 기각, 혼란만 가중
<기자 칼럼> 신氏 영장 기각,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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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moon@seoulfn.com>검찰이 지난 18일 신정아씨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돼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신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사법의 무정부 사태가 초래됐다”고 반발했다. 신 씨 역시 “구속되고 싶어 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는데 왜 영장을 기각했는지 모르게 겠다”며 황당해했다.

법원이 신씨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신씨가 동국대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 선정과정에서 제출한 가짜 졸업증명서와 이화여대 시간강사 임용 신청 때 낸 허위 이력서가 확보됐으며, 동국대 교수 임용, 이화여대와 중앙대 등 시간강사 임용,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 선임 관련 업무 담당자들의 진술도 확보됐기 때문에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신씨가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것. 통상 법원이 영장발부 요건 중 하나가 실형이 선고 될 신씨가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된 뒤 미국으로 도피한 것은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의 고소와 검찰 수사 착수 이전이므로 이 사건 혐의 때문에 도피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시점은 이미 신 씨의 학력위조와 관련한 의혹들이 불거질 대로 불거진 상황이었고 고소와 수사 착수는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었다. 신씨가 증거를 인멸할 의도는 없다고 하지만 신씨와 변양균 씨가 공동대응을 하는 등 입을 맞춰 증거를 조작할 위험이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신씨 한 사람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 얼마나 더 큰 죄를 지어야 하느냐”며 법원의 영장기각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역시 “지방법원 판사의 무제한적 영장심사 권한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항고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는 등 총공세를 펴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반발들에 대해 '의혹만으로 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다'며 반론을 펴고 나섰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개인적인 범죄사실만 있었을 뿐 권력형 비리 의혹에 관한 사실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며 법원이 영장청구 내용에 포함돼 있지도 않은 범죄사실까지 감안해 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론 등에는 신경 쓰지 않고 원칙을 중시해 판단했다는 법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법원의 설명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자금 조성과 횡령, 폭력 등의 중죄를 지고도 할 일 많은 재벌총수이기 때문에 겨우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전례가 있어서 일까?

최근 한 외국 언론은 "곤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한국의 재벌총수들은 휠체어를 탄다“고 비아냥 댔다. 삼성 이건희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현대 정몽구 회장 등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 폭력 등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그 때 마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고 한국 사법부는 관대한 판결을 했었던 사실을 빗댄 것이다.

그 신문은 “휠체어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한국 (재벌) 거물들을 위한 운송수단처럼 보인다”며 "한국 사법부는 재벌총수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이, 그들이 회사 경영을 계속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 역시 “이제 구속당하지 않으려면 얼굴을 알리거나 휠체어 타고 대충 아픈척만 하면 되는 것이냐”, “일반국민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지 묻고 싶다”, “이럴 줄 알았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도주우려 증거인멸우려 없다고 다들 집행유예로 나온다”며 법원의 결정을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법원의 영장기각 여부는 법원의 고유영인 만큼 존중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무나 가타부타할 사안도 아니다.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구속하지 않고 수사가 잘 이뤄진다는 믿음만 있다면이야, '인권보호'라는 한 차원 높은 법정신에 부합되는 데 누가 뭐라겠는가   
문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범죄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에 따라 판사에 따라 영장발부 기준이 다른 것은 납득이 어렵다. 이는 곧 영장기각 여부의 합리적인 기준이 부재하다는 반증이다.

한 현직 판사는 고등법원부장판사 승진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승진제도가 하급법원 법관들로 하여금 장차 고등법원 부장판사라는 고위직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 제도 안에서는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하기보다 인사권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법원의 영장기각에 일각에서는 “정말 신씨 뒤에 강력한 실세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법원의 모호한 판단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더 큰 혼란만을 던져주고 있다. 인사권자보다 더 무서운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선영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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