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企銀, 기업금융에 다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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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확대 '미흡한 수준'
中企 고객 뺏길라 '노심초사'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기업은행이 올해 초 세웠던 소매금융 확대 계획이 상당부분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금융 부문 최강자로 군림하던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지위마저 내던지며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던 당초 목표에는 등한시한 채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파상공세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국책은행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강권석 은행장은 올 초 새로운 CI를 선보이며 "기업은행의 목표는 대한민국 최고 은행이며,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매금융 분야를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로운 CI도 소매금융 부문의 확대를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강 행장은 소매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미니점포'도 올해 안에 최소 30여개 이상 신설할 것이며, 소매금융 분야의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대고객 체널을 소규모 점포로 대신하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등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직 민영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애써 국책은행임을 부인할 필요가 있느냐"며 국책은행으로서의 공익성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자금조달의 원천인 가계부문의 비중을 높혀 중소기업의 지원을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우려속에서 시작한 기업은행의 소매금융 확대 계획은 연말로 가면서 점차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실제로, 14일 현재 기업은행이 올해 설립한 미니점포는 당초 계획에 훨씬 못미치는 10여개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2개는 기업금융에 초점을 맞춘 기업고객 대상 점포이다. 기업은행은 올해까지 추가로 6개를 신설한다는 계획이지만 올 초 세웠던 계획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매금융 부문의 인력 구조도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한참 뒤쳐진다는 지적이다. 국민 우리 신한 등 빅3 은행의 소매금융 관련 인력은 300명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기업은행의 인력은 이들 은행의 20% 수준에도 못미친다. 
향후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들어 10여명 안팎의 인력만이 충원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매금융의 확대 의지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기업은행이 올 초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던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 확대가 다소 차질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최근 은행권이 공동으로 고민하고 있는 수익성 악화 우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까지 국내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에 급속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올 초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경기침체 우려로 치열했던 경쟁이 사실상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이같은 주택대출 시장의 대안으로 각 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로 눈길을 돌렸다.
실제로 지난 2003년말부터 최근 3년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52조6천억원에서 217조원으로 42% 이상 급성장했으나 올 들어 1조5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올 들어서면 45조원 이상 급증했다. 중소기업대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점유율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올 초 19%를 상회하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점유율은 하반기 들어서면서 18%대로 소폭 낮아졌다.
기업은행이 올 상반기 여타 시중은행에 비해 월등한 실적 향상을 기록한 것도 상대적으로 뛰어난 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기업금융 부문 선두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영업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던 기업은행의 올 초 계획은 온데 간데 없다"며 "민영화 문제부터 최근 증권사 인수 문제 등을 비춰볼 때 기업은행의 속은 여전히 공기업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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