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업의 귀천(貴賤) 따위는 없어야 한다
[기자수첩] 직업의 귀천(貴賤) 따위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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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초등학생 시절 매 학년 학기 초마다 장래희망직업을 써서 냈다. 학급 친구 한 명은 가수를 써서 냈는데 당시 담임 선생님은 "딴따라는 굶어죽기 딱 좋지." 그 친구는 고개를 숙였고 학급 친구들은 한바탕 웃어댔다.

생각해보면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초등학생 장래희망 직업으로는 의사, 변호사가 가장 많았다. 의사,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해야 바람직한 초등학생의 자세라 생각했다. 가수는 동네에 한명쯤 있는 한량이나 하는 '짓'일 뿐이라는 어른들의 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10년쯤 뒤에 가수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됐다. 가수 앞에 우상(偶像)을 의미하는 '아이돌(Idol)'을 붙인 것을 보면 가수는 '희망 직업'이 아닌 '꿈의 직업'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그에 걸맞게 '가수=인생성공'이라는 등식이 생겨날 정도였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직업을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 소득 활동'으로 정의했다. 직업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여기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물론 어느 유명 강사가 한 '직업의 귀천은 없다. 대신 직업의 차별은 있다'는 말처럼 직업 종류에 따라 사회적 신분과 버는 소득이 다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월 소득 100만원을 버는 일용직 근로자와 월 1억원을 버는 변호사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대부분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화장지를 만드는 직업이 없다면 용변 처리를 손으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변호사와 화장지를 만드는 노동자 둘 중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하는 대상은 변호사다. 문명사회가 되면서 생긴 직업 서열화에 따른 폐단이라 생각한다.

직업의 다양성을 취재하면서 집에 돈이 많았으면 혹은 좋은 대학을 갔으면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런 그 사람들의 직업은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고 안전하게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이었다. 존경을 받아야 할 직업이지만 스스로 직업을 서열화하고 낮은 위치에 뒀다.

왜 이렇게 서열화할까. 가수가 꿈인 친구의 장래희망을 꺾어버린 담임 선생님과 대학입시에 맞춰진 교육환경, 좋은 직업은 전문직이라는 등식을 세운 우리 사회를 보며 의문이 풀렸다. 귀한 직업은 좋은 대학이 전제였고 그렇지 않으면 천한 직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 캔터베리대성당에 니콜라이 집사는 18세에 성당을 관리하는 집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집사가 된 니콜라이는 성당 안 허드렛일과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그가 하는 일 중에는 시간에 맞춰 종을 치는 일이 있었는데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런던시민이 니콜라이 집사가 치는 종소리에 맞춰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시간에 맞춰 종을 치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런던 사람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날마다 그를 애도했고 그날은 휴일로 지정됐다.

분명 직업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직업의 귀천은 객관적 평가가 아닌 자신의 생각이 가미된 주관적 판단에 결정되는 것이다. 환경미화원이 없다면 이 도시는 쓰레기장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다고 환경미화원이 천한 직업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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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두 2019-03-15 18:08:10
직업의 귀천은 없다. 대신 직업의 차별은 있다. 이말이 확 오네요
개개인의 주관적인 시점에 따라 직업의 차별이 생기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