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사태와 국정원장의 처신
피랍사태와 국정원장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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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sun@seoulfn.com>우여곡절끝에 아프칸 피랍사태는 끝났다. 두 명의 인명은 희생됐지만, 아무튼 나머지 19명의 인질은 무사히 생환함으로써 국민들을 안도케 했다. 선교활동이니 봉사활동이니 말들이 많지만, 한 나라가 자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대내적으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사건 해결이라고 본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엄청난 외교적 상처를 입었지만, 어찌 댓가를 치루지 않는 성과물이 있겠는가? 문제는 이번 사태해결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만복 국정원장의 처신이다. 시발점은 한 나라의 최고 정보책임자가 인질극이 벌어진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한데서부터 비롯된다. 물론, 정보요원으로 보이는 특정인물과 함께 인터뷰를 한다든가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모두 포함해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21세기형 국정원의 모습'으로 봐 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감쌌다. 당사자인 국정원장도 '갖은 노력끝에 인질을 구출해 왔는데 왜 이리 말들이 많은 지 모르겠다'는 어투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일반인으로서는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지만, 국정원장이 사태해결을 위해 아프칸 현지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이해한다고 치자. 무슨 사연이었든 간에. 그러나, 왜 굳이 현지언론에 노출되고, 마치 자청해서 인터뷰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노출돼야 했는지는 아무래도 납득이 어렵다. 그것도 사태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웬만한 이들은 다 안다. 국정원에 커다랗게 씌여있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구를.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라면, 이 문구를 새겼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이쯤에서 문제가 일단락됐으면 그나마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서 더욱 안타깝다. 외교통상부, 청와대 등 정부당국자들은 한결같이 인질구출 과정에서 몸값지불은 없었다고 했다. 여기서, 몸값지불 여부를 문제의 초점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 몸값지불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들 대다수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일이다. 했을 수도 안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불했다고 공개적으로 공표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놀랄 국민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경우 대외적인 이미지 등 외교적 문제와 구상권 청구와 같은 대내적 문제가 걱정될 뿐이다.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쪽이 다소 우세할 뿐 몸값문제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놓고 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그렇기에, 국민들중 상당수는 정부가 설사 몸값을 지불했다고 하더라도 선뜻 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김 원장의 아리송한 처신이다. 6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인질 석방의 대가로 몸값을 지불했는지 여부와 관련,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 이외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직 협상중이기 때문에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참석해 뒷거래나 몸값 지급 의혹에 관한 의원들의 질의에 "탈레반과 약속한 게 있어서 밝힐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더구나, 김 원장은 "돈을 줬는지 여부를 정보위원들이 물어보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석방 직후인 만큼 당분간 묻어뒀으면 좋겠다"며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또 "(인질석방을 위해) 국정원 예산을 쓴 것이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법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을 언론에 노출시킨 데 대해서는 "언론이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외교부가 아닌 국정원이 협상에 나선 이유에 대해 "외교부가 나서면 정부 단위에서 테러리스트와 협상한 것이 되고, 그럴 경우 국제사회의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석연찮은 대목은 여전히 남는다. 의혹이 증폭될까봐 미리 언론에 노출했다는 것이나, 아직도 협상중이라면 그것 자체를 비밀로 해야할 일이 아닐까? 원만한 협상타결을 위해서라도. 더구나, 인질이 모두 풀려난 상태에서 '아직도 협상중'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국정원이 협상을 주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그렇다고 치자. 신변 노출문제나 몸값 지불 여부 등에 대한 말들은 이래저래 수긍이 쉽지 않다. 다른 정부 당국, 이를 테면 외교부등과의 공조측면에서도 짜임새가 없어 보일뿐 아니라,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자체가 웬지 좋은 모습으로 비쳐지지가 않는다. 불과 하루전 몸값 논란과 관련 민간차원에서 병원을 지어주기로 했다고 한 소리는 또 뭔 얘기인지. 만에 하나, 구상권 청구 문제가 부담이라면 더더욱 자신있는 처신이 아쉽다. 뜸들인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양우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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