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의 난코스
투자자문의 난코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같은 장세는 주식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만한 스릴 넘치는 장세다. 광복절 직후부터 무섭게 내리꽂히던 주가가 지난주 중반 소폭이지만 연 사흘 반등을 보였다. 이게 어디까지 갈 움직임인지 투자자들로선 불안 불안한 움직임일 뿐이다.

전문가들이 쏟아내 놓는 시장 예측은 저마다 각각이다. 낙관과 비관의 간격이 넓어질 만큼 넓어진 시기다. 그런 만큼 개인투자자들로선 어디에 판단의 중심을 둬야 할지 헛갈리기 좋은 상황이다. 웬만해서야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때마다 확신을 갖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특히 이즈음 같은 시장 상황에선 더욱 불안감이 고조된다.

본시 주식시장은 그 어떤 경제부문에 비해서도 주기가 짧은 변화무쌍한 곳이다. 증권사 투자자문을 하는 이들이 말하는 장기투자는 한 달을 넘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과 대화하다보면 종종 현기증을 느낀다. 데이트레이더들이 활개 치는 시장에서 일하다보니 그럼직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잔물결 들여다보기에 바빠 세계경제의 큰 흐름에 둔감해지도록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지금 장세를 좌지우지하는 최대 변수는 뭐니 뭐니 해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로 촉발된 미국의 신용경색이다. 미국 정부가 시장 수습을 위한 조치들을 강력히 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의 정확한 규모도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자금을 대거 풀어놓은 미국의 경제가 안정을 유지하려면 세계 각국의 환율 등이 미국 입맛에 맞게 조정돼 줘야 한다. 미국이야 그리 요구하지만 제대로 먹혀들 바람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어슷비슷 맞춰주는 시늉이라도 하던 세계였지만 점차 미국의 요구 뒤에 따라오는 협박이 무섭지 않은 나라들이 늘었다.

미국의 환율 조정 요구에 중국은 콧방귀를 뀌고 있다. 동북아 최강자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는 중국이 볼 때 미국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다. 비록 중동에서는 발톱으로 할퀴기를 계속하지만 그에 겁먹기에는 이제 중국이 다시 커졌다. 푸틴의 러시아도 이제 다시 소련 시절의 영향력을 되찾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 중앙아시아에서 서로 손잡고 미국을 부단히 견제하는 중이다.

그들은 말한다.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소비에 있다고. 그런 지적의 배경에는 아직도 세계 경찰국가를 지향하며 여기저기 발톱을 들이미는 미국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다. 실상 군대만큼 큰 소비 집단은 없으니까.

물론 첨단무기 산업이 최대 생산부문인 미국으로서는 그런 반격들이 어림없는 소리일 터이다. 미국의 무기 산업이야말로 산업기술 발전의 핵심적 동력원이 되고 있으니 결코 손을 놓을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협력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할 뿐.

이쯤이면 장기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암울한 불황의 터널로 다함께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만하다. 그러나 투자 주기가 매우 짧은 주식시장에서 보자면 아득한 먼 미래의 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한두 주일 새에 내가 가진 종목이 서너 번 등락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여길 개인투자자나 그런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줘야 할 증권사 직원들에게 그건 SF 소설을 보는 것만큼이나 현실감 없는 얘기가 될 터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식시장의 추세를 견인하는 주요 요인으로 종종 객관적 상황에 앞서는 심리적 동요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 시장이 국내 투자자 외에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장기적 전망에 근거한 선투자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려할 상황과 시장에서의 반응 시점이 얼마만큼의 간격을 나타낼지를 지금의 우리 시장이 정확히 점치기가 어렵다. 투자자문을 위해서 지금은 세계경제의 흐름 파악과 아울러 국내외 투자자들의 행동패턴을 관찰하는 일에 더 관심을 써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