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본격 시행···'들쭉날쭉' 가격만큼 반응도 '제각각'
유류세 인하 본격 시행···'들쭉날쭉' 가격만큼 반응도 '제각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G사 직영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G사 직영 주유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오늘부터 유류세 인하된다구요? 이게 할인된 가격인가요?"
"전날과 비교했을 때 떨어지긴 했네요. 오전부터 직영 주유소 찾는다고 난리입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시행 첫날인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인근의 G사 직영 주유소에는 5~10분 간격으로 1대씩 차량이 들어왔다. 직원 4명이 주유하러 온 차량을 응대하기 위해 바쁘게 자리를 옮겨 다니고 있었다. 이날 오전 기준 강남구에서 저렴한 주유소 '톱3' 가운데 한 곳이다 보니 차량이 계속 몰려들었다. 주유소 직원은 "원래부터 북적이는 곳이라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손님들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해당 주유소의 L당 휘발유 가격은 1616원, 경유는 1485원으로 각각 123원, 87원의 세금 인하 분이 즉각 반영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시행 첫날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L당 평균 16.2원 하락한 1674.1원을 기록했다. 서울은 전날보다 44원 떨어진 1729.6원에 판매됐다. 

국내 기름 값은 60% 이상이 세금이다. 휘발유의 경우 리터(L)당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주행세 137.54원(교통세의 26%) △교육세 79.35원(교통세의 15%) △수입부과금 16원 △관세 3% △부가가치세 10% 등으로 구성돼있다. 

최근 기름 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내년 5월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L당 746원에서 635원으로 111원 낮아졌다. 경유는 529원에서 450원으로 79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도 185원에서 157원으로 28원 각각 내렸다. 유류세 인하분이 100%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경우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인하 폭은 휘발유 123원, 경유 87원, LPG 부탄 30원이다. 

G사 직영 주유소를 찾은 소비자 대부분은 유류세 인하 정책이 이미 시작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심모 씨는 "평소 오피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 뒤 눈여겨 둔 저렴한 주유소만 찾아다닌다"면서 "유류세를 인하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오늘이 첫날인건 몰랐다"고 말했다. 

강남구에 거주 중인 신모씨는 "원래 여기는 자영이었는데 오히려 직영으로 바뀌고 나서 저렴한 주유소로 소문이 났다"면서 "서울 내 저렴한 주유소는 거의 다 파악하고 있는데 특히 이곳은 고급휘발유가 싼 편"이라고 귀뜸했다. 신씨도 유류세 인하 시행 첫날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기자에게 시행 여부를 되묻더니 직원에게 "지금 L당 가격에 인하분이 반영된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SUV 차량을 소유한 한 소비자는 "유류세 인하가 적용됐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자영 주유소는 대부분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면서 "원래 강남 지역은 휘발유 기준 L당 가격이 2000원 넘어가는 곳이 많아서 가격이 내려갔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나마 저렴한 곳을 일부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준 강남구에서 휘발유 값이 가장 싼 주유소는 L당 1600원, 가장 비싼 곳은 2290원으로 집계됐다. 700원이나 차이가 난 셈이다. 세율 인하분을 바로 반영한 직영과는 달리 자영 주유소는 재고량에 따라 인하분의 가격 반영 시점이 다르다. 인하분 100%를 모두 반영할 것인지 소폭 반영할 것인지도 현재로써는 각 주유소의 재량에 달렸다. 자영은 국내 전체 주유소 가운데 약 90%를 차지한다. 

도곡동에 위치한 H사 직영 주유소에도 차량이 몰려들고 있었다. 셀프라는 특성상 직원들은 주유 업무보다는 세차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전 기준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600원, 경유는 1446원으로 강남구 내 주유소 중 가장 저렴했다. 주유소 직원은 "전날에 비해 오늘 오전부터 눈에 띄게 손님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서초구에 직장이 있다는 최모씨는 "전날보다 확실히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주위에서도 오전부터 저렴한 주유소를 찾겠다고 나서더라"면서 "평소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운전 중 주유소 입간판 가격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가 집이라 잠깐 차를 가지고 나왔다는 한 소비자도 "유류세 인하 첫날이라 일부러 나왔다"면서 "유류세 인하 여부를 인지하고 있는 지인들은 체감이 된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소비자 10명 중 7명의 공통점은 세율 인하분이 6일부터 가격에 적용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7명 가운데 절반은 유류세 인하 정책 자체를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해당 주유소와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G사와 S사 자영 주유소는 차량이 상대적으로 뜸했다. G사 주유소의 경우 주유기 대수가 앞서 방문한 주유소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단 한 대의 차량도 없었다. 삼삼오오 모인 직원들은 오전부터 이어진 상황이 익숙한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해당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2053원, 경유는 1907원이었다. 주변 직영 주유소 2곳이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과 대조됐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직영 주유소와 경쟁하기 위해 기름값을 대폭 낮춘 자영 주유소도 있었다. 오피넷에 따르면 부산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 기준 L당 1400원대를 기록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결정한 건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같은해 3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약 10개월 간 유류세 10%를 인하했다. 해당 기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하 기간이 종료한 시점에도 가격 인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번에도 국제유가 상황과 '한시적인' 세율 조정 방안 등이 세율 인하 효과를 판단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