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銀들, HSBC 외환銀 인수추진에 '당혹' 왜?
국내銀들, HSBC 외환銀 인수추진에 '당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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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없는 협상...그러나 상당한 부담"
"매각 주도권-몸값높이기 의도?" 관측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HSBC은행의 갑작스런 외환은행 인수추진 발표에 국내은행들이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농협과 하나은행 등이 지난해부터 줄곧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피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론스타측이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협상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은 외환은행 매각의 주도권 쥐기와 함께 '몸값높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론스타와 인수계약을 했다가 본계약 직전에 무산됐던 전례를 겪었던 터라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각별하다. 특히, 국내 소매금융 부문에 치중된 영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필수라고 밝혀 절박함마저 엿보인다.

하나은행도 올 초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내년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융개방이 급속도로 진행될 경우 현재보다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게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시가총액과 자산규모에서 이미 국민-우리-신한은행의 빅3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뒤떨어져 있다. 최근에는 기업은행에 각종 영업지표에서 밀리는 한편 시가총액도 대등한 수준까지 보이는 등 국내 4위 은행이라는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도 최근 CI까지 변경하면서 해외영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최다 해외지점을 보유한 외환은행 인수는 농협으로서도 놓칠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이같은 각 은행들의 인수의지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불법인수 의혹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매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외환은행 인수전도 한 동안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론스타의 불법 인수 의혹사건의 1심 판결이 빨라야 내년 3월 이후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번 HSBC와 론스타와의 인수협상이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발표이기 때문에 금융권은 '의미없는 협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수 협상자가 세계 2위 은행인 HSBC라는 점과 론스타가 시종일관 외환은행 매각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일각에선 양측이 MOU(양해각서)를 맺고 금융당국에 심사요청을 요청하면 금융당국으로서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HSBC가 외환은행 인수 후 상장 및 행명 유지와 고용승계를 외환은행 노조측에 약속했다는 점은 이같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의 여타 은행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미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허용 불가 방침를 밝힌만큼 성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HSBC까지 가세하는 등 외환은행 인수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각 은행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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