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HSBC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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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분회장 인사이동 관련 노사 대립
"업무 배치 은행 임의대로…보상은?"
'하나-서울-보람-충청'…"태생적 문제"  

[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yushin@seoulfn.com> 투지금융회사에서 은행으로의 전환, 그리고 여러 은행의 추가합병으로 탄생한 태생적 특성탓인지 하나은행의 노사대립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되레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HSBC'(하나, 서울, 보람, 충청)은행이라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마저 들릴 정도다. 
 
지난 6일 하나은행 노조는 김종열 행장을 서울지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노조측에 의하면 이는, 2년 미만의 노조 분회장에 대해서 인사발령을 낼 경우 사전에 노조측과 협의를 하기로 돼 있는 하나은행 내부 협약을 어겼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은행측에서는 노조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어,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공식 인사발령이 난 날은 3일. 은행측은 2일 저녁 노조측에 분회장 인사발령과 관련해 공문을 보냈고, 협의할 시간도 촉박할 뿐더러 공문 발송 후 노조측과 협의 없이 분회장들에게 사령장을 이미 교부했다는 것.
 
이에 노조는 3일 은행측에 공문을 발송해, 이 같은 행동은 노사간 체결한 단체협약 위반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2년 미만 분회장에 대한 인사이동발령은 사전 동의 후에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측에서 이처럼 반발하고 나서자 은행측은 인사발령이 난 분회장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분회장직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인사발령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승진인사자들의 경우 인사가 취소된다는 말에 동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인사발령이 난 분회장들이 노조사무실에 찾아와 어찌된 일이냐며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노조는 은행 인력지원부를 찾아가 지금이라도 인사발령이 난 분회장들에 대한 협의를 할 것을 제의했고 결국 노조는 분회장들의 인사발령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은행측에 전달했다. 사전 동의가 아니라 사후 동의가 이뤄진 셈이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2년 미만 분회장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노조측에서 승진인사를 가로막을 이유는 없다”며 “은행측이 사전에 일방적인 공문발송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협의를 거쳤다면 이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은행측의 이 같은 행위로 인해 분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노조원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은행측이 노조 내부 갈등을 심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심지어 "하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하나은행은 'HSBC(하나, 서울, 보람, 충청)'은행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며 "은행이 내부적으로 그 만큼 화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 충청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생겨난 충청사업본부의 경우 지금도 하나은행과 다른 방식으로 인사나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임금체계도 다르며 노조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현재 충청사업본부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노조도 없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이원직군제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원직군제가 노동청에 의해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검찰에 기소 송치됐지만 은행측은 직군간 업무 분리를 통해 대응함으로써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 'F/M, CL(Floor Marketer, Clerk)' 직군은 단순 수신업무만 담당하도록 하고 여신이나 수출입·외환 등 기획과 관련된 업무는 모두 종합직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계여신 업무를 다시 'F/M, CL' 직렬에게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계여신에 대한 전산프로그램이 개선돼 업무가 보편화됐고 직무가치가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전산프로그램 개선은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던 일”이라며 “종합직의 업무과중이 심화되자 은행측이 내놓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본적으로 업무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업무 증가에 따른 충분한 교육과 보상이 없다면 은행측이 직원들을 편리한 대로 이용하겠다는 것밖에 안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은행측의 이같은 조치가 비정규직 전담직렬과 ‘F/M, CL' 직렬 간에 별다른 업무차이가 없어 비정규직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취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모든 직원을 만족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바라지도 않는다”며 “다만 사용자측이 직원들을 단순히 도구로 여길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합하고 함께 발전해야할 동지로 여길 때 하나은행이 진정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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