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추가 인상, 그 기막힌 타이밍
콜금리 추가 인상, 그 기막힌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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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80포인트 이상 빠진 10일 증권시장은 마치 비행기 충돌을 당하며 무너져 내리던 뉴욕 쌍둥이 빌딩을 보는 듯 처참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콜금리를 인상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추가로 콜금리를 인상한 바로 그날 밤 지구 반대편에서는 뉴욕 증시가 대폭락을 기록했다. 뒤이어 열린 시장이 조용히 넘어간다면 그게 더 이상할 터이다.

뉴욕 증시 폭락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국내 금융시장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사안이 아니라고 지난번 사단이 났을 때부터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일단 뉴욕 증시가 감기에 걸리면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기침을 하는 구조가 형성된 상황에서 한국 증시라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지나갈 리 없다.

문제는 이번 한국증시의 연쇄 폭락을 초래한 재료가 뉴욕증시의 폭락사태 하나뿐이라면 단기간 출렁이다 정상궤도로 돌아갈 수도 있겠으나 콜금리 추가인상까지 겹쳐 그리 쉬이 회복될까 싶질 않다. 굳이 한국은행의 의견이 아니어도 지금 한국 사회는 금융권 안팎으로 유동성 과잉현상을 보이는 것이 분명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이번 경우는 심리적 타격감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은행 콜금리 추가 인상을 두고 한국의 어지간한 신문매체들은 다 부적절한 정책, 미숙한 정책, 실패한 정책 등 심한 표현들을 서슴없이 사용하며 게거품을 물었다. 대개는 대출금리 인상으로 서민경제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언론계로부터의 소리는 작지만 과잉유동성을 잡기 위해 콜금리 추가인상이 적절했다는 평가들도 적지는 않다. 이런 저런 평가들이 실상 선거철을 맞은 각 언론매체들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한 것이 아닐 듯싶다.

그런 국내 맞춤 여론의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이번의 문제에 바깥 형편이 너무 고려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든다. 전언에 따르면 한은 실무진과 금통위원들도 향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검토한 끝에 이번 콜금리 추가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니 우려가 속사정 모르는 이들의 입방아에 그칠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렇더라도 걱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주요국들은 미국발 금융시장 신용경색의 전 세계적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긴급자금수혈 등 응급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는  판이다. 그런데 지금의 시중 유동성 과잉 원인이 단일한 것도 아닌 터에 너무 단순하게 시장 관리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염려스럽다.

왜 자꾸 IMF 시절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당시에도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만 믿고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던 시장 관리 실수로 외환위기가 닥쳐 국가적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지 않았던가. 아직도 그 후유증을 다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우리 처지에서 매사 조심해 나쁠 일은 없다. 불여튼튼이라 했다.

투기는 잡아야 하고 버블이 커지기 전에 예방적 조치를 적절히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원칙이다. 그렇지만 이미 버블이 커졌다면 갑자기 꺼지며 시장이 추락사하게 방치해선 안 된다. 아직 국내 증시가 그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 염려까지는 괜한 노파심일 게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동남아에서 금융시장 위기가 도미노 현상처럼 각국으로 번져갈 때도 우리는 별문제 없다던 금융당국이었다. 지금의 해외발 위험에 그때처럼 무신경한 게 아닌지 걱정하는 것은 괜한 트집 잡기와는 다르다.

해외로부터 유입된 자금들이 신용경색으로 애로를 겪는 미국 금융시장으로 U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들이 뭉텅 빠져나간다면 국내 금융시장이 하부로부터의 붕괴를 피할 수 있을까. 지금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적 자금의 비중이 그토록 얕잡아 볼 수준은 아니다. 콜금리 인상이야 필요에 맞춰 했다지만 손안에 든 쌀알이 내 것이라고 방심하는 일이 없기를 당부하고 싶다. 정책에는 결코 ‘설마’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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