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여고 '쌍둥이 전교 1등'의 진실은?…“정황 있고 물증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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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도 1등'?…교육청 "결론 못내"
서울시 교육감에 보고·수사 의뢰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의 명문 사립 S여고의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교 안팎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뭔가 야료가 있는 것아니냐는 의문은 증폭됐고 각종 미확인 소문도 꼬리를 이었다. 누가봐도 간단한 이슈가 아니다. 하지만 자칫 어린 학생들이 입을 수도 있는 상처를 생각한다면 매우 신중히 다뤄야할 사안이기도 하다. 마침 KBS가 24일 교육청의 특별감사 보고서에 근거해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의미있는 보도라는 생각에 그 내용을 종합해 전한다. [편집자 주]

S여고는 벼락치기로 성적이 '쑥' 오를 수 있는 학교가 아니라고 한다. 교무부장의 해명 글에도 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문제가 유출된 거 아니냐"는 귀엣말이 늘었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3일부터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여기에 시 교육청 감사팀 등 10명을 투입한 특별감사를 16일부터 22일까지 진행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 감사 결과를 확보했다.

방송은 여기서부터는 '팩트'라며 궁금증을 파고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청은 "문제 유출 정황은 있지만, 단정 지을 순 없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정황'이란 게 뭘까. 쌍둥이 자매 중 A학생은 1학년 1학기 전교 121등에서 2학기 5등, 2학년 1학기 1등으로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B학생은 이 기간 '59등→2등→1등'이 됐다.

감사팀은 두 학생이 입학한 2017년 이후 치러진 모든 시험의 출제·관리 적정성을 살펴봤다. 감사팀은 먼저 시험이 끝난 뒤 학교에서 출제 오류 문제의 답을 수정했을 때 두 학생이 적어낸 답안을 확인했다. 1-1학기 때 이 학교의 오류 문제는 0건.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학생의 성적이 크게 오르기 시작한 1-2학기와 2-1학기 때 10건이 발생했다.

두 학생은 이 가운데 5개 문제에서 나란히 수정되기 전 '원래'(시험·답안지 결재 당시)의 정답을 적어 냈다. 그 중에는 과학 과목의 주관식 계산 문제도 한 개 포함돼 있었다. 사실상 틀린 답을 적은 건데, 이는 같은 학년 470여 명(14개 학급) 가운데 가장 많은 빈도였다. 방송은 '전교 1등'을 한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오류 1등'까지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감사에선 학교 측이 생활기록부 작성과 관리 지침을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S여고는 국어·영어·수학 등 과목별 1등에게는 '교과 우수상'을, 전교 1등에게는 '학업성적 최우수상'을 따로 줬다. 사실상 성적 최상위권 학생이 교과 상을 '중복 수상'하는 셈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상 실적에 예민한 건 학생부에 교내 상만 기재할 수 있어서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S여고의 내신 경쟁도 피 말린다고 한다. 김해영 의원은 "강남교육청이 이미 2016년에 S여고에 '지침 위반 사실'을 지적한 사안인데 계속 유지해 온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두 학생이 수혜자가 된 거 아니냐"고 말했다.

교육청은 그러나 시험 관리를 총괄한 교무부장, 즉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가 시험지나 답안을 유출한 직접적인 흔적은 확인하지 못했다. '정황'은 있는데 '단정'을 못하니 대신 '정식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육청은 2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이런 내용의 감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보고했고, 다음 주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방송에 따르면 사실 교육청이나, 학부모들 모두 이번 감사에 대해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눈치라고 전했다. 만약 비리가 있었더라도 부모-자식 간에 벌어진 일을 밝혀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 한 장학사는 "시험지나 답안지를 눈으로 쓱 보고 외웠다면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교무부장이 시험 관리에서 배제될 2학년 2학기 성적이 모든 걸 말해 줄 것"이란 얘기가 오히려 설득력이 높았다.

물론 반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쌍둥이 자매가 치열한 노력으로 1등을 했는데 비리를 기정사실화 했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수사기관 힘까지 빌린 결론은 어떻게 나올까. 의혹이 사실이라면 왜곡된 부조리가, 그렇지 않다면 어린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방송은 어느 쪽이건 우리 교육의 비참하고 비극적 민낯이 드러날 테니 모두가 패자가 될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 신중하면서도 걱정스런 멘트를 덧붙여 보도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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