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세계 주요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포문을 열었다. 겉으로는 무역분쟁이지만 미중 양국의 글로벌 '경제패권'을 다투는 성격이 더 강한 만큼 두 나라의 혈투가 예상된다. 미국 의도는 경제구조를 첨단 기술 위주로 재편하려는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겠다는 것이어서 양국이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6일 오후 1시(한국시간 기준)를 기해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818개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추가로 160억달러어치, 284개 품목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선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며 강행 방침을 확인했다.
중국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미국이 무역전쟁 포문을 열자 중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역사상 최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 500억달러 미국산 제품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상무부는 "(미국의) 이런 관세 부과 행위는 전형적인 무력 폭압주의"라고 비판했다.
관영 영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중국 상무부 대변인과 관세세칙위원회, 해관총서가 입장을 표명했듯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 조치를 함에 따라 중국도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이미 발효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통상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패권을 둘러싼 대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발표한 대(對) 중국 관세 부과 대상을 보면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등 첨단기술 제품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 다수가 중국 당국이 일명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IT 분야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맞아 2025년까지 중국을 세계최강국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중국몽'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를 선두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항상 경계심을 보이며 올초부터 중국 통신 업체인 화웨이, ZTE, 차이나모바일을 잇따라 제재한 바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중국이 기세등등하게 맞불을 놓고 있지만 미중 패권 다툼은 무역 구조상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는 5055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299억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에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5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