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헬스푸드-3] 아워홈 '맛있는 연화식' 승부수
[시니어 헬스푸드-3] 아워홈 '맛있는 연화식'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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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 활용 기술 개발해 씹어 먹는 즐거움 되찾아주고 가격경쟁력도 확보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아워홈 식품연구원을 찾아 연화식 양념육을 시식해 봤다. (사진=박지민 기자)
지난 6월27일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시식한 연화식 양념육. (사진=박지민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나이 들면서 씹어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기에 서글프다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아워홈이 연화식을 선보인 이유입니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실시한 65세 이상 소비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1만45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6%가 씹는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식품업계는 고령자들도 쉽게 씹어 먹을 수 있는 연화식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겨냥해 최근 연화식 양념육 선보였다. <서울파이낸스>는 지난 6월27일 경기 성남시 아워홈 식품연구원을 찾아 연화식 양념육 3종을 체험해보고, 연구개발(R&D) 담당자인 김세진 영양기능성팀 차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아워홈이 출시한 연화식 양념육은 '간장소스우불고기', '간장소스제육불고기', '제육고추장불고기', '사태찜' 4종이다. 이날 아워홈 식품연구원에서 제육고추장불고기를 제외한 3종을 시식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양념고기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간장소스제육불고기를 한 점 집어 먹었다. 연화식이라고 해서 보통 고기와 식감이 다르지 않을까 여겼는데, 의외였다. 고기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씹었을 때 별다른 저항감 없이 쉽게 잘렸다. 앞니로 가볍게 베어 물었을 때도 뚝뚝 끊어졌다. 간장소스우불고기도 마찬가지였다. 돼지고기를 사용한 제육불고기에 견줬을 땐 식감이 미세하게 더 거친 느낌이지만, 가볍게 씹어도 무리 없이 끊어진다.

사태찜은 앞서 시식했던 불고기에 비해 탄력이 살아있었다. 질긴 느낌은 없지만 씹을 때 약간 힘이 들어갔다. 사태가 원래 꽤 질긴 부위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3종 모두 양념이 지나치게 짜거나 달지 않고 적절했다.

김세진 영양기능성팀 차장은 사태찜의 경우 적당히 살아있는 식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맞춰 부드러운 정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사태는 원래 갈비처럼 뜯어 먹어야 하는데, 약간 힘을 들이면 무리 없이 씹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바꿨어요. 일반적인 방식으로 조리하면 2시간 이상 쪄야 하지만, '부드러운 사태찜'은 10~20분만 조리하면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반육보다 확연히 부드러운 연화식 양념육을 개발한 비결은 '효소'다. 아워홈은 국내 최초로 효소를 활용한 연화 기술을 상용화했다. 2016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추진한 고부가가치식품개발사업 일환으로 연화식 기술 개발에 뛰어든 아워홈은 지난해 10월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효소를 활용해 육류, 떡류, 견과류 물성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췄다. 

"아워홈 연화식 기술은 고기에 효소가 깊숙이 침투해 근육 조직을 끊어내는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여러 효소로 시험을 거친 뒤, 연육제를 개발했습니다. 연육제 농도나 제조 공정을 조절해 부드러운 정도를 단계별로 맞출 수도 있어요." 

김세진 아워홈 식품연구원 영양기능성팀 차장이 연화식 양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김세진 아워홈 식품연구원 영양기능성팀 차장이 연화식 양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현재 국내에서 연화식을 선보인 식품업체는 아워홈과 현대그린푸드 2곳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기압과 진공상태를 활용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포화증기 조리기'를 이용해 연화식을 만든다. 아워홈과 생산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현대그린푸드 연화식도 먹어봤는데, 부드럽게 잘 만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아워홈의 효소 방식은 톤 단위 대량생산에 더 적합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아요. 아워홈 B2B 양념육의 정확한 가격은 밝히기 어렵지만, 일반 양념육과 거의 같은 값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워홈은 특히 일반 양념육과 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 공을 들였다. 단체급식처럼 B2B 시장 특성상 가격이 높으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체급식 시장에선 100원만 더 비싸도 절대 안 팔립니다. 그래서 단가를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사실 연화 기술은 이미 작년 가을에 완성됐는데, 단가 조절을 위해 시간을 더 들였어요. 공정을 조정하고 원료를 대체하면서 연구를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아워홈은 연화식 주요 소비층을 이가 약한 고령자와 환자들로 보고 있지만, 질긴 음식을 먹기 어려운 어린이들과 일반인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연화식 출시 이후 현장 반응은 대체로 만족스러워 하는 편이에요. 이가 약해 고기를 즐기지 못하셨던 분들이 특히 좋아하시죠. 병원 같은 경우에는 치아가 약하지 않은 분들도 있기 때문에 씹는 맛을 좀 더 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요."
  
아워홈은 연화식뿐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영양 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건강관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환자식이 발달하지 못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 참가해 환자나 만성질환자 위한 도시락을 선보였어요. 아워홈이 연화식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분야죠. 보통 저염·저당식은 맛이 없을 거라고 여기는데, 이런 인식을 깰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계획입니다. 연화식 기술도 함께 적용될 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워홈은 지속적으로 연화식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소비자 반응과 의견을 검토해 갈비찜, 갈비탕 등 다양한 연화육을 선보일 예정이다. B2B 연화식 양념육 4종은 모두 1팩당 1kg으로 출시됐으며, 전국 실버타운과 요양·복지시설, 병원, 어린이집, 학교 등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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