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렘방' 한 방에 여론 '급반전', 베어백, '백'(back)?
'팔렘방' 한 방에 여론 '급반전', 베어백, '백'(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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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겠다던 그는 간다고 하고, 여론은 가지 말라고 하고..."

[서울파이낸스 이재호 기자]<hana@seoulfn.com>축구인들과 축구팬들사이에 베어백의 진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축국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겸임하고 있는 핌 베어백 감독<사진>이 28일 아시안 컵 한일전(3,4위전)을 치르고 자진 산퇴의사를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이 이날 인도네시아 팔렘방의 자카바링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승리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후 대한축구협회(KFA)에 감독직에서 물러날 것을 정식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계약은 오는 08년까지지만 계약을 파기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간 이슈로 떠올랐던 프로축구연맹-프로팀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대신 사임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 축구팬들은) 경쟁적이고 늘 이기길 원한다"라며 팬들의 기대가 큰 부담으로 적용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는 "결과적으로 올해가 팀을 만들어나가는 시기였는데 당연히 조별 예선을 탈락하면 문제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좋은 경기를 했고 이번 대회 최고의 팀인 이란, 일본과도 좋은 경기를 펼쳤다. 우리 대표팀에 대해서 팬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다."며 서운함이 섞인 듯한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베어백이 한일전이 끝나기도전에(축구협회), 공식적(기자회견)으로는 끝나기가 무섭게 사퇴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은 의외다  특히, 베어백이 지난 27일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나는 1차 목표(4강 진출)를 달성했다. 나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며 사퇴 불가 의사를 밝힌 점을 염두에 두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베어백 감독은 아시안컵 출사표를 던지면서 4강에 들지 못하면, 감독직을 자진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걸어서 왔든 기어서 왔든,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올랐을 뿐아니라, 벌써부터 '팔렘방대첩'이라고 회자될 정도로 짜릿한 한일전 승리를 일구어 냈다.

그런데, 왜?

베어백의 자진사퇴는 그렇다면, '한인전 승리'를 계기로 감독직을 계속 유지하려는 일종의 '쇼맨십'은 아닐까. 정황논리상 축구팬이라면, 누구라도 현싯점에서는 한 번쯤 의구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베어백에 대한 사퇴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들어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특히 지난 바레인전에서 2대1로 패배한 직후의 여론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열성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무조건 잘라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데도 나의 생각은 변함없다고 하던 그가 자진사퇴를 선택했으니, 그 같은 의구심은 무리도 아닐 것이다.

혹시, 베어백은 '한일전 승리'라는 축구팬들을 넘어, 국민전체에게 가져다 준 '선물'을 계기로 보다 확고한 감독이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동안 베어백은 대다수 축구팬들에게 전임감독들인 히딩크나 아드보카드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뭔가 한 수 아래인 듯한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전임감독들이 워낙 쟁쟁한 세계적 스타급 감독들인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축국팬들의 뇌리에 '히딩크의 코치'로 각인돼 왔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이같은 '코치 이미지'는 베어백이 그 동안 한국대표팀을 이끌면서 많은 현실적 장애물로 작용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되는 대목이다. 감독으로는 성적이 좋지 않았더거나, 전임감독들에 비해 역량일 떨어진다는 등의 구설을 네덜란드 사람이라고 해서 못들었을 리는 만무다. 
선수 차출을 놓고 축국협회나 프로구단들과의 갈등을 겪을 때도 아마 그런 생각들을 했을 수도 있다.
이런 복잡한 심경과 상황이 차제에, 축구팬이 원하고 축구협회가 원한다면, 떠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만약, 남으라고 붙잡기라도 한다면, 그때 단순한 감독이 아닌, 카리스마를 지닌 '진정한' 감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아무튼, 현재로선 출사표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베어백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인지를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나의 가정이요, 추측일 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여론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전 승리이후 모 포털이 실시중인 인터넷여론 조사가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넷 투표의 주제는 베어백 감독의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
29일 현재 '적절한 시기'(20~25%), '아직 사퇴할 때 아니다'(70~75%)로 투표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퇴반대 여론이 압도적인다.
바레인전 이후 폭주했던 인터넷 댓글들을 떠 올릴 경우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투표결과다. 물론, 투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여론이 어느 위치에 머물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데는 이미 부족함이 없다. 바레인과의 졸전, 그러나 '팔렘방대첩' 한 방으로 그 모든 허물을 덮어 버리고도 남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일종의 '냄비근성'? 그래도, 여론의 현주소가 남기를 바라니 어떻하겠는가. 솔직히 좀 더 냉정히 볼 때, 대표팀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성등 해외파들이 대거 빠진, 2진급 멤버만으로 사우디와 대등한 경기를, 그리고 숙적 일본을 이기고 3위를 차지한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베어백의 '마음고생'이나 '섭섭함'을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축구협회는 급하게 차기 감독 물색에 나서야 할 상황에 놓였다.
특히, 베어백은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어, 오는 8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올림픽축구 최종 예선의 사령탑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 축구협회로서도 한마디로, 복잡한 상황인 셈이다. 대안도 없으면서, 사표를 덜컥 받아들이기는 것 또한 우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협회 역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대세인 듯하다.   

"나는 정말 가고 싶은데, 여론은 가지 말라고 하니..". 
베어백의 거취는 과연 어떻게 될까?!
'팔렘방' 한 방의 위력이 그의 거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이재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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