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판매를 개시했다. 발행어음을 시장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제공하고자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이에 7개월여 앞선 한국투자증권을 따라잡겠다는 복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부터 전국 지점에서 'NH QV발행어음'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27일 선발주자로 나선 한국투자증권 이후 업계 두 번째다. 최소 100만원 이상인 약정형 발행어음의 1년 만기 수익률은 연 2.30%(세전)로 한국투자증권과 동일하다. 6개월 이상 1년 미만은 연 2.10%,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은 연 1.60%(이하 세전)다.
특히 목돈 마련이 쉽도록 매월 일정액의 발행어음을 매수하는 상품인 'NH QV 적립형 발행어음'은 연 2.50%(세전)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NH QV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은 연 1.55%(세전)다.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3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최종 승인 받았다. 지난해 11월13일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이후 6개월 반 만이다. 기존의 전통 증권업뿐만 아니라 발행어음 판매로 자금을 수신하는 단기금융업까지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나 종합금융회사가 회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판매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의 최대 두 배까지 어음을 발행,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자기자본이 4조8000억원인 NH투자증권은 이론적으로 한 해 최대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 판매 시작 후 3개월간 1조원, 연말까지 1조5000억원, 내년 6월까지 2조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시장수요와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잔고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객·기간별로 나눠 비중을 관리하되, 고객 입장에서 거래목적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조달한 자금은 초기에는 거래 규모가 크고 수익이 안정적인 기업대출과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에 집중한다. 일정규모의 운용규모가 확보된 후에는 수익성 제고와 기업금융 투자 확대를 위해 사모펀드(PEF)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벤처캐피탈, 메자닌 등으로 운용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발행어음 수익률은 업계 최고 'AA+' 신용등급 및 동일한 등급의 회사채 1년물 금리 등을 감안해 책정했다"며, "증권사의 CMA나 환매조건부 채권(RP)이 연 1% 초중반, 1년물 기준 은행 정기예금이 연 2%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NH QV 발행어음은 고객들의 호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월 말까지 '퍼스트발행어음' 2조2756억원어치를 팔았다. 금리와 만기에 따라 총 8개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상반기 기준 발행어음 조달잔액은 2조7000억원이고, 연말까지 누적 4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세 번째 증권사로는 KB증권이 유력하다. KB증권은 통합 전 현대증권 시절인 지난 2016년, 59조원대 불법 자전거래를 자행하다 적발돼 1개월 영업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현행 '금융기관 검사 및 제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일부 영업정지를 받은 증권사는 2년간 신규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달 28일 금융당국의 제재 효력이 없어지면서 신규 사업 영위가 가능해진 KB증권이 올해 안으로 발행어음 재신청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